[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재원 확보 차원에서 부가가치세(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당장 부가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만 부가세 비과세(면세) 범위를 계속 줄인다는 방향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가 지난 20일 내놓은 경제보고서에서 부가세 관련 권고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현재 단계에서 부가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부가세율 인상은 당분간 없다는 의미다. OECD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를 대비해 부가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부가세율을 올리면)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며 "당장 부가세율을 인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부는 부가세 면세 범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세금 인상으로 국민 조세저항을 초래하기보다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 세수를 확보하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2014년 금융·보험 용역 가운데 부수적 용역을 부과세 면세에서 과세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2013년에는 치료 이외 미용 성형 등의 의료 용역에 부가세를 새로 부과했다.
현재 OECD 국가들은 비영리 교육이나 환자 수송 등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에만 부가세를 면제한다. 한국은 미가공식품료품이나 가공식료품, 수도 등 부가세 면세 범위가 OECD 회원국보다 다양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과세 감면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현 단계에서 부가세율 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는 상황. 하지만 길게 보면 부가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한국 부가세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OECD 국가 부가가치세 표준세율 변화 추이 [자료=국회예산정책처] |
OECD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부가세율은 19.2%. 한국은 올해 기준으로 10%다. OECD 회원국의 절반 수준인 것. OECD 랜달 존스 한국경제 담당관은 "프랑스는 사회적 지출 마련을 위해 부가세율 20%를 유지한다"며 "세원 확보 마련 방법은 다양하지만 부가세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덜 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부가세율을 손대지 않았다는 점도 부가세 인상 검토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1977년 부가세를 국내 도입할 때 적용한 부가세율 10%가 현재도 유지 중이다. 42년 동안 부가세율이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OECD 회원국은 경기 상황에 맞춰 부가세율을 조정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09년부터 부가세율을 올렸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OECD 회원국 중 22개 국가에서 부가세율을 평균 2.4%포인트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세금 인상은 정부도 선택하기가 어렵고 더욱이 부가세는 소비세라 더욱 힘들 것"이라면서도 "만약 한다면 정부 지지율이 높을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가세는 소득세 및 법인세와 함께 국세 3대 세목으로 꼽힌다. 2017년 부가세로 걷은 세금은 67조1000억원이다. 2017년 국세 수입(265조4000억원)의 25.3%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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