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핌] 이민주 기자 = "스탈린이 1930년대 고려인을 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이유가 과연 이데올로기 때문이었을까요?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1897)을 보면 우리 민족은 만주와 연해주를 동토에서 옥토로 바꾼 탁월한 근면성을 가진 민족이었습니다.
남북경협은 우리 민족의 근면성이 발휘돼 한반도를 동북아의 경제중심권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22일 제주 롯데호텔에셔 열린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남북경협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
22일 오후 제주 롯데호텔 에메랄드룸.
중기중앙회(회장 박성택)와 북한연구학회(회장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남북경협 토론회'에서는 눈앞에 다가온 남북경협의 효과적인 전략을 놓고 백가쟁명식 제안과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봉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깅병로 북한연구학회장,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한재권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이 참여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조봉현 위원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남북경혐 모델 및 추진 방안'에서 "남북 경제협력은 국내 대기업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 보다는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리스크가 분산되고 개별 중소기업이 가진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봉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이 22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남북경협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잇다. <사진=즁기중앙회> |
또, 조 위원은 남북경협의 효과적인 방안으로 생산 모델, 시장 모델, 인력 모델, 창업 모델, 공유 모델, 개발 모델의 6가지로 구성된 '벌집 모델'을 제시했다. 6각형의 벌집이 가장 견고하고 안정적인 구조이듯이 6가지 모델을 근간으로 진행하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봉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이 제시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심의 남북경혐 6대 모델. <자료=중기중앙회> |
생산모델은 국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북한에 경제 특구를 개설해 협동화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시장 모델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제품이 북한 내수시장은 물론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북한을 거점으로 러시아 등 본격적인 북방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삼을 수도 있다.
인력모델은 북한 주민의 기술 능력 향상과 자본주의 기업문화 습득을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발모델은 북한의 인프라 개발 사업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골자다.
패널로 나선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낮은 단계의 남북경협은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본격 경협에 앞서 북한의 지역적 특성과 강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형 교류협력 모델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전담해 지원해야 한다"며 "북한의 과학공업단지 등을 우리 중소기업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권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개별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협동조합으로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중국과 일본이 북한 투자를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남북경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남북경혐의 역사를 돌이켜면 중소기업이 의외로 역할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의 중소기업이 북한에서 효과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북한이 기업에 자율 경영권, 제품 개발권을 부여하는 등 자본주의적 요소를 상당히 수용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며 "단기적 성과보다는 길게보고 남북경협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인민들에게 '협동조합'은 개인 재산을 빼앗아간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우리의 협동조합이 북한 인민들이 경혐한 협동조합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최근 평양에서 국제박람회가 열리고 있고, 지역 단위에서도 가정용 의료기구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다"며 "이같은 내부 수요 때문에 북한도 우리의 경협 제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전력과 용수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향후 남북경협은 중소기업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경제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남북경협을 제2의 경영방침으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중소기업협동조합 남북경협 의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동조합 3곳 중 2곳(66.4%)에서 ‘참여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진출희망지역으로는 응답자의 절반(50%)이 ‘개성’을 지목했고, 이어 30.6%는 ‘평양’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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