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성질' 알면 성능 보인다
물질의 성질을 표현하는 3가지 대표적인 물리적 상수는 물질의 유전율(dielectric permitivity), 투자율(magnetic permeability)과 전도율(conductivity) 상수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
유전율은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나타내며, 유전율이 큰 물질로 전자 부품을 만들면 같은 전압을 걸어도 전자가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자율은 자기장 세기를 결정하는 물질의 성질을 표현한다. 철과 같이 투자율이 큰 물질을 이용하면 작은 전류를 이용할지라도 큰 세기의 자장의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물질 상수가 도전율이다. 전압을 가했을 때 얼마나 많은 전류를 많이 흘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표현하는 상수이다. 구리, 금, 은 등이 도전율이 높은 물질이고 도전율이 높아 아예 낮은 온도에서 저항이 '0' 인 물질이 초전도체 물질이다.
그런데 주변 상황, 즉 가해진 전압에 따라 도전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변화의 성질을 가진 이중적인 물질이 반도체이다. 이처럼 물질의 성질은 궁극적으로 소자나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한다.
유전율과 투자율이 양의 값, 음의 값, 영의 값의 세 영역으로 나뉘는 물질 상수 구분, 출처: KAIST |
투명 망토? 이론적으로는 가능
그런데 자연계에서는 존재하는 물질의 물질 상수는 '0' 보다 큰 양의 값을 갖는다. 그런데 인공적으로 물질을 만들어, 빛의 영역의 특정 파장에서 물질의 상수가 음의 값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의 값을 갖는 인공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인공적인 물질을 '메타 물질(DNG Mata-material)'이라고 한다. ‘메타’는 희랍어로 ‘범위나 한계를 넘어서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메타물질은 말 그대로 자연 물질의 한계를 넘어선 물질이나 다름없다. 빛의 파장의 크기에 해당하는 주기성을 갖는 격자를 나노기술로 제작하게 되면, 두 가지 상수 모두 음의 영역을 갖는 메타 물질을 '투명 망토'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명 망토로 불리는 메타 물질의 경우 반대 방향으로 물질이 꺽여 보인다, 출처: 한국 물리학회 |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이 되면 빛이 다른 물질을 만날 때 자연계의 현상과 반대 방향으로 꺽인다. 예를 들어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젓가락을 담그면 반대 방향으로 빛의 전진 방향이 꺽이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앞에 물체가 가려도 뒤의 물체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눈에는 물체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뒤쪽의 모습만 보일 것이다. 그래서 마치 투명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유전율만 '영' 또는 '음'인 물질(ENG 메타물질), 혹은 투자율만 '영' 또는 '음'인 물질(MNG 메타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두 물질 모두 전기장 곡선이나 자기장 곡선이 모두 자연계의 현상을 따라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꺽이는 성질이 있다. 이 물질 모두 특정 주파수에 파장 크기를 가진 주기적은 물질 설계를 사용해서 이러한 물질의 인공 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KAIST 가 개발한 평면 구조의 자기장 MNG 메타 물질, 출처: KAIST 김정호 교수 연구실 |
투명 망토가 필요해
이러한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창조는 물질에서부터 온다. 예를 들어 반도체 D램 메모리에 전자 자장용량을 높이거나 주변 셀과의 간섭을 줄이는데 사용할 수 있다. 높은 전송 속도를 갖는 반도체 신호 배선 구조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음의 값을 갖는 투자율 물질은 고전력 모터, 발전기, 무선 전력전송 장치에서 효율을 높이거나 전자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미래 개척 혁명이다. 누가 가보지 않을 길을 간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력에 기초한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이 새로운 상상력을 촉진시킨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물질 혁명도 필요하다.
메타 물질을 이용해서 자기장이 안쪽 방향으로 꺽이는 현상, 출처: KAIST |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