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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무단사용,용납 못해”…카푸어, 전미총기협회 고소

기사등록 : 2018-06-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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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영국 유명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64, Anish Kapoor)가 미국 전미총기협회(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를 최근 고소했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넷은 “아니쉬 카푸어가 자신의 공공조형물 '구름문'(Cloud Gate)을 사전 승인 없이 홍보동영상에 사용한 NRA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에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도심의 명물인 아니쉬 카푸어의 조각 ‘구름문’. 2004. [사진=아니쉬 카푸어]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에 세워진 아니쉬 카푸어의 가로 20m의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 ‘구름문’은 일명 ‘콩(The Bean) 조각’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시카고를 대표하는 현대미술품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지난 2004년 제작돼 2006년 시카고 도심 공원에 설치된 이 조형물은 NRA가 ‘The Clenched Fist of Truth(불끈 쥔 진실의 주먹)’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제작한 동영상에 삽입돼 있다.

카푸어는 소장에서 NRA측에 “동영상에서 ‘구름문’ 이미지를 삭제하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작가는 "시카고 시민과 관광객들은 작품을 사진(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지만, 기관이나 기업이 이를 촬영해 다른 목적으로 쓸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NRA는 이미지 사용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름문’은 도심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이지만, 작품의 저작권은 저작권자인 아티스트에게 귀속돼 있다.

개인의 총기소유를 옹호하는 단체인 NRA가 "폭력 방지를 위해 제작했다"고 밝힌 문제의 동영상은 다나 로쉬 NRA 대변인의 나레이션에 따라 뉴욕 센트럴 파크의 조형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인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등과 함께 시카고의 ‘구름문’이 등장한다. 다나 로쉬는 이 영상에서 “NRA가 추구하는 자유수호가 가장 안전한 세상을 만든다”며 동참을 호소히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1871년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 출신 장교들에 의해 창립된 단체로, 활발한 로비활동 등을 통해 총기 규제를 막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단체다.

카푸어는 이미 지난 3월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와 함께 NRA의 동영상에 대해 한 차례 경고 성명을 낸 바 있다. 그는 “NRA가 편집증과 분열, 폭력을 조장하는데 내 작품을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64, Anish Kapoor) [사진=로이터]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영국에서 미술대학을 나와 런던을 무대로 활동 중인 카푸어는 생존하는 조각가 중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은 작가다. 동양의 명상적 세계를 서양의 조형어법으로 설득력있게 풀어내고 있는 그는 1980년대에 ‘영국 조각계를 이끌 유망주’로 지목됐고,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영국관 대표작가로 참가했다. 1991년에는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잇따라 작품전을 개최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2003년에는 대영제국 훈장을, 2013년에는 시각예술 발전에 대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각각 받았다.

시카고 도심에 110t 분량의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해 제작한 ‘구름문’은 이음새없이 매끈하게 거울처럼 마감된 표면에 시카고의 스카이라인과 하늘의 구름이 투영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조형물 하단에 사람들이 걸어들어갈 수 있는 터널을 만들어 누구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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