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공인중개업자들이 울상이다. 최근 보유세 인상 방침을 포함한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 규제 정책으로 매매거래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공인중개업소 개업수가 점차 늘고 있어서다.
이처럼 '파이'는 줄었지만 '입'은 오히려 늘어 업종 과다 경쟁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2년새 급증한 공인중개사 합격자수도 시장과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2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지역에 등록된 개업 공인중개사수는 2만3892명에서 6월 2만4562명으로 670명 늘었다.
이같은 공인중개사 개업수 증가는 최근 3~4년간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합격자 배출이 늘면서 개업 건수도 자연스레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집계를 보면 지난해 치른 28회 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19만5566명, 2차 12만560명 총 31만6126명이 원서를 냈다. 그 결과 최종합격자 2만3698명을 배출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래 13년만에 최대 합격자수다.
앞서 27회 공인중개사 최종합격자 수도 2만2340명에 달했다. 지난 2015년 합격자 1만4914명에 비해 8000여명 가까이 늘었다. 이는 최근 2~3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퇴직자들과 취업준비생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이 적힌 종이가 붙어져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지난해 40대 응시생은 10만명을 넘으며 32.8%를 차지했다. 10대도 지난 2016년 745명에서 지난해 867명으로 늘었다. 70대와 80대도 각각 813명, 41명이 지원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누적 공인중개사 수는 지금까지 40만607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개업소를 차린 숫자는 10만255곳, 자격증을 가지고 활동중인 공인중개사는 12만명이다.
업계에선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는 공인중개사 합격자 증가가 달갑지 않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들어 잇따른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매매거래가 반토막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용산 A공인중개사 대표는 "웬만한 상가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하나씩은 꼭 있을 정도"라며 "활동중인 공인중개사들도 넘쳐나는데 해마나 늘어나는 공인중개사들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공인중개사 시험 난도를 조정해 합격자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991년(6회)부터 1999년(10회)까지는 2년마다 시행하며 공인중개사 숫자를 한시적으로 조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을 소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절대평가제로 운영되는 시험인 만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시험이 1, 2차로 나뉘는데다 매년 전년과 유사한 수준과 과목 비율로 출제되는게 원칙"이라며 "인위적으로 시험 난도를 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공인중개사 합격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퇴직 또는 은퇴자가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꿈을 꺾을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런 부분을 감안해 인위적으로 합격수를 조절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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