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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난민이었다"…임흥순·홍순명 작가가 보는 한국사회의 민낯

기사등록 : 2018-06-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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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리스-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서울시립미술관 개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임흥순 작가와 홍순명 작가가 돈만 좇는 사람들의 시선을 비판했다.

임흥순과 홍순명 작가는 26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개최한 '보이스리스-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에 한국사회의 민낯을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홍순명은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망명을 시도한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회화를, 임흥순은 과거 베트남전쟁을 통해 현 대한민국의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설치 미술과 영상으로 이야기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홍순명 작가 2018.06.26 89hklee@newspim.com

홍순명 작가는 난민을 소재로 한 '바다풍경-시리아 난민' '17각형' 시리즈를 내보였다. 뉴욕타임스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주다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리스의 작은 섬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입장을 대변한다. 3000명의 주민이 사는 섬에 600만명 난민이 몰려들면서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다.

홍순명 작가는 "그리스 섬 주민들은 10년 넘게 힘들게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떠들 수 없는 상황인 거다. 자신들이 '힘들다'고 하는 처지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몰려들어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이 시점에 난민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준비 기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홍 작가는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왔다는 소식에 굉장히 신경 쓰이더라. 그래서 더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했나 생각했다"며 "반성과 함께 흥미로움을 느끼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홍 작가는 난민을 도와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그리스 주민들이 다시 그 일이 있어도 난민을 돕는다고 하더라"면서 "제주에 500명 난민이 들어왔다. 이건 아주 극소수다. 대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적게 들어왔을 때 공부하고 심도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는 난민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들은 우리가 기피하는 양식업에 종사한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돈의 추종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도 과거에 난민이던 시절을 잊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임흥순 작가는 베트남 전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반성과 내면의 치유를 주제로 작업했다. 임 작가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만 발전했다. 내면의 부족함이 많다. 이를 채우기 위해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베트남전쟁을 기반으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임흥순 작가 2018.06.26 89hklee@newspim.com

임흥순 작가는 "베트남 전쟁 참전자들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한강의 기적'을 자신들이 일으킨 것으로 본다. 그들은 경부고속도로를 '피의 도로'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일 중에는 숭례문 화재, 용산 참사 등 사회 자체에 불만을 품은 사건들이 많다.

임 작가는 "경제적 불만, 사회적 불만 등이 일어난 이유를 전쟁과 같이 과거를 통해 성찰하고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4·3사건 때 일본으로 많이 갔다. 우리도 난민이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도와줘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우리 시대의 억압되고 배제된 존재들을 조명하는 서울시립미술관 '보이스 리스-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전시회는 26일 시작됐다.

백기영 학예연구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시는 '사회적 약자에 취하는 태도 '연민' 외에 무엇이 있을까'를 질문한다. 그리고 어떻게 사는게 좋은 삶인지 함께 묻는다"며 "이 전시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는 희망적일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보이스리스' 포스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송가현 큐레이터는 이 전시가 타자에 대한 공감과 세상을 읽어내는 방식을 제시한다고 귀띔했다. 송 큐레이터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름도, 목소리도 없고 그들이 말해도 우리가 들을 수 없기에 '목소리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리스(Voiceless)'는 세상에서 배제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를 뜻하고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은 일본 작가 나나카와 카난의 연작단편소설 제목을 인용한 것으로 이 소설은 넓은 의미에서 전시와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임흥순, 홍순명 작가 외 장서영, 송상희, 히와 케이, 조은지, 에르칸 오즈겐이 전쟁과 난민, 여성, 죽음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6일부터 오는 8월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1층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대화'도 예정됐다. 오는 30일 오후 3시 송상희·에르칸 오즈켄·히와 케이, 다음달 21일은 홍순명·장서영 작가와 만난다.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이 열리는 오는 7월11일과 18일 오후 3시에는 조은지 작가가 참여해 관람객과 만난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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