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도시공원에서 팔찌를 포함한 수공예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
지난해 11월23일 청년 창작가들이 정부에 건의한 내용이다. 청년 창작가들은 정성드려 만든 공예품을 팔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 상황.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숨통이 트인다는 게 청년 창작가들의 요구다.
정부가 청년 창작가 건의를 전달받은 지 약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결정권은 지자체 조례에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무렵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상행위가 금지된 공원에서 공익적 목적의 상행위 등에 일부 예외를 두고 운영하는 게 가능한지 유권해석 중"이라며 "결과를 받으면 곧바로 지자체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제3회 서울목공한마당'이 열리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29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낸 현장건의 규제혁신 절반은 현재도 '검토중'인 단계다. 현장건의 규제혁신으로 정부가 접수한 안건은 총 110건 중 52건은 방안 검토 중이며, 4건이 국회 심의 중이다. 완료된 안건은 54건에 불과하다. 접수된 안건 절반은 언제 규제가 풀릴지 기약이 없다는 얘기다.
검토 중인 52건에는 위 공원 내 상행위 허용을 포함해 정부가 조금만 속도를 내면 규제를 풀 수 있는 안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예컨대 소독업자 온라인 교육 실시다.
현재 소독업자 및 소독업 종사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3년마다 소독에 관한 교육(8시간)을 받아야 한다.
교육 장소가 많지 않다보니 경남에 있는 사람이 부산으로 교육받으러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22일 교육 횟수 및 교육 장소를 확대하고 사이버 강의를 허용해달라는 건의가 제출됐다.
해당 업무 담당인 보건복지부는 최근에서야 내부적으로 사이버교육 실시 가닥을 잡았다. 안건이 접수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사이버 교육 방향이 잡혔지만 갈 길은 멀다. 사이버 교육 서버 구축 및 제도 세부 운영을 마련해야 해서다. 복지부는 내년 안에 사이버 교육을 실시한다는 목표다.
규제완화가 하세월인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어서다.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정부가 나서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것.
현장건의 규제혁신 성과 [자료=정부 규제정보포털] |
정부는 지난해 7월4일 교습소 운영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핵심은 학습자 10인 미만을 가르치는 교습소에서 학원처럼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내용이다. 교습소를 교육서비스 관점에서 봐서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다.
문제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손봤을 때 교습소와 학원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 입장에서 보면 교습소가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학원과 교습소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 관계가 대립하니 정부가 나서서 양쪽 의견을 듣고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업무 담당인 교육부는 올 상반기 이런 자리를 마련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런저런 사유로 규제완화에 속도가 나지 않다보니 문재인 대통령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최근 주재하기로 한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잠정 연기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각 부처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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