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이변은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다섯 번째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원 리더’ 체제를 완전히 굳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오전 도쿄 신주쿠 본사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이사 해임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신 회장은 구속 수감 중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일 원톱’ 입지를 재확인했고, 권토중래를 꾀한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3년에 걸친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 롯데, '총재 부재 리스크' 해소에 집중할 여력 생겼다
한숨 돌린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항소심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이끄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 안정화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우선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총력을 쏟는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글로벌 투자 등 그룹의 굵직한 사업들은 신 회장의 판결 결과에 따라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면세점 선정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수감된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9월 이뤄질 전망이다. 변호인단은 신 회장이 준조세 성격으로 돈을 건넨 적은 있지만 면세점 특허를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라며 강변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2심에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역임한 이광범 대표변호사를 새 변호인단으로 추가하며 신 회장 변론에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또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발판으로 ‘뉴 롯데’의 완성을 위한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도 탄력을 받게 됐다.
롯데지주 지배구조 [자료=한국투자증권] |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경영투명성을 제고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신 회장의 부재 상태에서 치러진 지난 2월 주총에서도 롯데지알에스·대홍기획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무사히 통과됐다. 덕분에 잔존 순환출자 고리 내 복잡한 지배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금융 계열사 처분 문제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물산 역할이 중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 등 일본 경영진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를 매개로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40개 계열사를 수직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호텔롯데 상장만이 일본 계열사들이 보유한 구주 지분율을 줄이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열쇠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번에 일본 경영진의 재신임을 확인한 신 회장은 한일 롯데 원톱으로서 이 같은 사업을 지휘할 수 있는 굳건한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10월까지 11개에 달하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롯데가 금융계열사를 모은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해 분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간금융지주 도입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에 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호텔롯데 등 다른 계열사로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그러나 호텔롯데 또한 지주사로 편입돼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롯데물산을 활용한 지분교환 방식이 유력하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지분을 롯데물산에 넘기고 그에 상응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받아 화학 부문을 지주에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롯데물산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뢰가 중요한 데 이번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이 재신임을 받은 만큼 이 같은 방식을 검토할 만한 요건은 마련된 상태다.
롯데지주는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입장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이 부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해 일본 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어려운 현 상황이 빨리 극복돼 한일 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