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수입품 관세 발효가 오는 6일 예고된 가운데 중국이 먼저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시차로 중국의 대미 관세가 우선 발동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이 먼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기존 입장과 배치될뿐 아니라 차후 협상이나 분쟁 조정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발언은 미국이 실제 관세를 물리는지 확인을 하고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미국 국기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4일 늦게 성명을 통해 "6일 미국이 먼저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34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가 6일 자정(0시)부터 발효되며 양국의 시차가 12시간인만큼 중국이 먼저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약 500억달러 규모 중국 물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중 하이테크 제품과 전자 부품 등 340억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한 1차 관세는 6일에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정부 역시 같은 규모의 대미 관세를 6일 발효하겠다고 응수했다. '비례적인 대응' 방침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3일 "중국의 보복조치는 중국 베이징 시간으로 7월 6일 오전 0시에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관세가 우선 개시되면 그동안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고수했던 '비례적 대응' 방침은 깨지게 된다. WSJ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미국에 선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난 한 달 중단됐던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위원회에서 중국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대형로펌 커빙턴앤버얼링의 티모시 스트래트 포드 베이징 변호사는 "중국의 관세 우선 개시는 긴장 완화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양측이 가는 것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의 1차 관세 조치가 발동되면 중국은 자동차 부품과 의료기기뿐 아니라 항공우주와 정보기술(IT) 관련 제품 수출에서 타격을 입는다. 미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대두 소고기, 돼지고기 수출 등이 피해를 입는다. 다만 투자은행 UBS는 1차 관세 조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국 갈등이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으로 확대돼 전 세계 교역이 둔화된다면 작년 6.9%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중국 법원은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일부 제품에 생산·판매 금지 판결을 내렸다. PC 등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메모리가 대상이다. 중국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이 좌절됐다는 소식에 뒤이은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은(NTIA)는 차이나모바일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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