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퇴직연금의 TDF(Target Date Fund) 투자 허용 기준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다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이르면 올 9월부터 주식비중을 80% 이내로 유지하는 TDF에 한해 퇴직연금 자산 100%를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자산운용업계는 시장에 중립적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주식 비중에서 제외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고 금융위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퇴직연금 감독규정 규정변경 예고 기간 동안 금융감독원에 TDF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3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TDF에 대한 퇴직연금 자산투자 비중을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입기간 동안 주식 비중 80% 이내 △예상 은퇴시점 이후 주식투자 비중 40% 이내 등의 요건을 중촉한 TDF에 한해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 3일 규정변경 예고를 마쳤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금융위 의결을 거쳐 오는 9월까지 규정 개정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준비자금 마련 등 특정 목표시점(Target Date)을 가진 펀드에 투자하면, 운용기간 동안 자동으로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비중을 늘리는 상품. 금융위는 TDF 활성화의 일환으로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선진국에선 별도의 운용 지시 없이 운용되는 자산의 편입 비중 재조정이 가능한 TDF가 연금 상품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재 TDF를 포함한 위험자산(주식 투자 비중 40%를 초과한 펀드)은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 자산의 나머지 30%는 채권형펀드나 예·적금에 따로 가입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 단일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 위험 분산 차원에서 당국이 제시한 주식 비중 80% 이내 기준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주식을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데 대해선 문제를 제기한다. 코스닥 개별 주식에 투자한 상품과 ETF에 투자한 상품의 위험값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논리다. 즉 시장 중립적인 ETF나 인덱스펀드는 개별 리스크가 거의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TDF의 '주식 비중 80% 이내' 조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 이밖에 개별 주식을 1로 본다면 ETF는 0.7로 보는 등 포함 비중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이와관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려고 하기 때문에 ETF보다 기대수익률은 높지만 위험 역시 크다"며 "때문에 위험 평가 기준에서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를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펀드 스타일을 나눠 평가한다면 TDF의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인 ‘글라이드 패스’가 보다 다양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금융위는 시장을 1배로 추종하는 ETF를 주식 비중에서 제외하는 운용규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ETF는 개별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춘 상품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TDF 운용규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 보고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퇴직연금이 노동자의 노후 수익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고용부 관계자는 "상품 하나하나에 대한 규제는 자산운용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며 "이번 건의사항을 포함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운용규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별도 과제로 이번 건의사항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 분야에 관한 사항은 금융위의 전문성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 분야의 전문성은 금융위가 갖고 있다"며 "시장의 전체적 현황을 반영하는 ETF는 TDF와 같은 장기 운용 상품에 적합하기에 장기적 투자 상품을 지원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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