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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공생경영] '금전적 보상'으로 기업 선행 이끌다

기사등록 : 2018-07-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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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 SPC 통해 성장기반 확보
주 4일제 도입하고 직원 복지 강화
SPC 지원한 사회적 기업 사회성과 연평균 31% 증가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사회성과 인센티브는 전문가들이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경제적 가치로 환산,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추가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찌 보면 인센티브 지원은 부수적 혜택인 셈이지요."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 송영희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참여해 오고 있는 SK의 사회성과 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 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처음 언급, 시행해 오고 있는 이 제도가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엔비전스는 SPC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회적 기업 44개사 중 한 곳이다.

◆ 엔비전스, 직원 중 70%가 시각장애인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 송영희 대표. [사진=엔비전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던 지난 6월 초, 알록달록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메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햇빛을 가릴 때 쓰는 발이 외관을 온통 뒤덮고 있는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일 듯 말듯'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내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곳은 사회적 기업 엔비전스 본사다.

엔비전스는 '어둠속의대화'로 대표되는 전시 사업과 ICT 접근성 사업을 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인증 일자리제공형 사회적 기업이다.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직업 영역을 찾아내도록 하자'는 목적 아래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곳이다. 전체 직원 35명 가운데 송 대표를 포함, 70%가량이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4월 SK가 개최한 '제3회 SPC 어워드'에 참석한 바 있다. 2015년 SPC 대상으로 선정됐을 당시 약속했던 3년간의 지원을 마무리 짓는 졸업식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3년 협약이 끝났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더 큰 도전에 나서야겠다는 각오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이 강조한 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성과를 화폐 단위로 수치화해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다. '착한 일'을 한 기업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면 동기가 부여돼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낼 거라는 생각에서 고안됐다. SK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년간 SPC를 지원받은 사회적 기업들의 사회 성과가 매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적 보상이 추가적인 사회 성과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 SPC는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도와주는 제도

송 대표는 SPC에 대해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아 그간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SPC에 참여하면서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

그는 "SPC는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기 때문에 향후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며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이런 측면도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인 SK가 공식 인증한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해 엔비전스에 주4일제 근무를 도입했다.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직원들 입장에선 연간 40~50일 정도의 유급휴일이 생긴 셈이다. 처음 제도를 들여올 땐 주변에서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계속해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송 대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 하루 정도는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책이나 교육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4일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회사는 매달 1회 정도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내부 커리큘럼을 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든든히 직원 복지를 챙기고 있다.

송 대표는 엔비전스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지금 현재에 머물기보단 속도가 느리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송 대표는 "지금도 머릿속에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 직원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는데 미래를 보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계속 도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실패를 하더라도 거기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엔비전스 본사. [사진=엔비전스]

엔비전스의 주력사업인 '어둠속의대화'는 지난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후, 30년간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160여 지역에서 1000만명 이상이 경험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어둠이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상황을 통해 시각 외의 감각을 활용, 진정한 소통을 발견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되는 체험이다.

 

uss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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