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세 번째 재판에는 피해자 김지은(33)씨 측 증인들이 참석해 "안 전 지사는 캠프의 왕", "언론 기사 막으려 했다", "안 전 지사의 눈빛을 김씨가 무서워했다" 등을 증언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9일 오전 10시부터 검찰 측 증인 신문을 실시했다.
이날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피해자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와 경선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구모(28)씨, 충남도청 전 직원 정모(28)씨 등 총 4명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09 leehs@newspim.com |
첫 증인으로 나선 구씨는 지난해 안 전 지사의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로 당시 캠프 분위기와 김씨의 심경을 전했다. 구씨는 지난 3월 8일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씨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 전 지사의 팬이었음을 밝힌 구씨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인정한 시점에 지지를 거뒀다”며 “관계 자체가 없었다면 모를까 합의일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캠프 내 분위기가 권위적”이었다며 “팀장급에게 피해를 당해도 말을 못했는데 어떻게 안 전 지사에게 받은 피해를 얘기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경선 캠프에서 피고인의 위상을 묻자 ‘왕 같은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구씨는 “안 전 지사와 눈을 맞추거나 이름이 불리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구씨는 또 김씨의 미투 폭로 이후 “민주원 여사에게 김씨의 평소행실과 과거 연애사에 대해 알려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준비된 말처럼 들려 김씨를 혼자 두면 안 되겠단 생각에 지지 성명서를 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가 언론 보도를 통제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규명하려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직접 들은 얘기”라며 “안 전 지사가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기사를 쓰지 않으면 민주원씨 인터뷰를 잡아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09 leehs@newspim.com |
안 전 지사의 사진과 영상 등을 담당했던 정씨는 “현장에 여직원이 김씨와 본인 둘 뿐이라 지지자들의 질투를 많이 받았다”며 “대체 왜 지사님을 남자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김씨와 자주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안 전 지사가 "평소에 계속 쳐다볼 때가 있다"며 "김씨가 저 눈빛이 무섭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피고인이 여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묻는 검찰 질문에 “보통 남녀가 있으면 여직원에게 말을 건다”며 “남직원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항상 민망했던 게 같이 다니던 남직원은 4년 넘게 일했는데 이름도 기억을 못했다”고 말했다. 6개월 정도 일한 증인의 이름은 알지만 남자 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랐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쯤까지 공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이후 2명의 검찰 측 증인에 대해선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편 ‘전 재판 방청’을 희망했던 김씨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6일 2차 공판기일에서 비공개로 ‘피해자 증인신문’에 응했다. 이날 김씨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 45분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한 12시간45분 동안 마라톤 진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