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2년간 형 집행이 유예된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12일 이재만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월과 벌금 2700만원, 135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게 국고 등 손실방조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의 국가예산을 정해진 목적과 달리 청와대에 전달하라는 대통령 지시는 위법이 명백한 것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로 온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비서관이 2013년 5월과 6월 전달받은 총 1억원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는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전달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이 전 비서관이 전달받은 봉투에 돈이 들었을 것이라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청와대에 전달된 특수활동비가 뇌물이라는 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전직 국정원장들 재판에서와 같은 결론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직접 지휘를 받아 대통령의 지시를 함부로 거절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는 금품수수 경위, 액수, 교부자가 얻는 이익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정원장들은 관례에 의한 청와대 자금 지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실제로 청와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사례가 없는 점 등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선고됐다.
안봉근 전 비서관이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8차례에 걸쳐 수수한 1350만원은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안 전 비서관이 이 전 실장 임명 때 관여한 정황이 있는데다가 그 전까지 친분이 없었으나 임명 1달도 채 되지 않아 금품 교부가 시작된 점, 이 전 실장이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보면 청와대 비서관으로서의 직무 권한과 관련해 도움을 의도로 금품을 전달했고 안 전 비서관도 이를 잘 알면서 받았다는 점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비서관들에 대한 양형에 대해서 “이 전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으로서 국가안보 관련 수사에 사용돼야 할 예산을 지원받아 원래 목적과 상관없이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직접 수령하거나 관리·집행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박 전 대통령이 사택관리와 개인 업무에 지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고손실액이 32억에 달하고 3년이라는 오랜 기간 걸쳐 이뤄졌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어 안 전 비서관에 대해 “2016년 9월경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2억원은 박 전 대통령 요구로 이뤄진 이전 범행과 달리 안봉근-이헌수 주도로 이뤄진데다가 그 전까지 범행에 관여하지 않은 정호성 전 비서관을 범행에 끌어들였다”면서 “이 전 실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으며 수수한 금품에 대해 직무와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전 실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 전달했으나 안 전 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한 차례 대통령에 전달했을 뿐 국정원 자금과 관련해 직접 협의하거나 집행한 적이 없다는 점이 인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17.05.23. yooksa@newspim.com |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매달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총 33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를, 정 전 비서관은 2016년 9월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2억원을 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5월 21일 결심 공판에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징역5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징역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상납 약속에 따라 국민들의 혈세로 마련된 국정원 예산을 사적 목적으로 주고받아 공무원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훼손한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피고인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으로서 본연의 책무를 망각한 채 사적 이익을 탐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정원 사이 불법적 거래를 매개하고 편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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