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현대인들이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스마트폰의 스크린은 란타늄과 세륨이라는 희토류가 원료로 사용된다.
스마트폰 내부에 장착되는 마그네틱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이 필수적이고, 휴대폰 배터리에는 카드뮴이 사용된다.
애플의 아이폰X [사진=뉴스핌] |
이 밖에 난방 기구와 전구 제작에 동원되는 텅스텐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비소 금속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희토류는 IT 기기와 전기자동차 등 크고 작은 첨단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원재료다.
희토류는 첨단 제품 이외에 헤어 드라이어기와 TV 등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원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희토류에 앵글이 집중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몇 안 되는 희토류 공급원인 중국이 미국 기업에 수출을 중단,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에 맞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희토류가 이름처럼 희소한 원소는 아니다. 문제는 각 원소를 정제해 IT와 전자 및 자동차 업체들이 사용 가능한 원재료로 가공하는 작업이 상당히 복잡하고 높은 비용이 발생,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12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희토류를 정제해 공급하는 국가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두 곳이 전부다.
호주의 붕괴된 화산과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의 광산업체들이 채굴한 희토류는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로 운송, 난해한 정제 과정을 거친 뒤 마침내 상품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핵심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급과 수출을 차단할 경우 관련 업체들이 극심한 생산 차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200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관세에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입 규모가 이에 못 미치기 때문에 정면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잉의 항공기 수입 중단과 미국 기업에 대한 감독 강화 등 비관세 보복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희토류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히든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중국은 일본 정부와 영토 분쟁이 발생했을 때 2개월 동안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정제 업체인 라이나스 코퍼레이션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에 대비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원을 물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풍부한 매장량과 함께 희토류 생산 및 관련 기술 개발에 박사급 전문가만 100여명을 둔 중국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해법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리서치 업체 애덤스 인텔리전스의 라이언 카스틸룩스 대표는 WP와 인터뷰에서 “서구의 희토류 공급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금수 조치로 대응할 경우 미국 기업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고, 정책자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사안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