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자전거에 쓰레기를 버려대니까 벌레 꼬이고 냄새도 나는데 빨리 좀치웠으면 좋겠네요.”
12일 오후 서울 2호선 대림역 8번 출구에 들어서던 이현희(48·관악구)씨는 찌그러진 자전거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자전거바구니에는 먹고 버린 컵라면 용기, 음료수캔, 페트병, 비닐이 가득했다. 한여름이라 파리까지 들끓어 그야말로 쓰레기통을 방불케 했다.
자전거보관소에는 이런 주인을 잃은 자전거가 줄지어 묶여있었다. 한눈에 봐도 버려진 자전거들이다. 대부분 녹슬고 먼지가 쌓인 채로 체인도 풀려있다. 몇 대는 인도에 널브러져 있어 보행자가 지나가기 불편했다. 정작 거치대를 이용하는 시민이 불편하게 자전거를 빼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3번 출구 옆 자전거보관소와 동작구 주택가, 인근 가로수 옆에서도 버려진 자전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한 자전거는 돈 되는 안장만 떼인 상태로 방치돼 보기에도 흉물스러웠다.
서울 지하철2호선 대림역 자전거보관소 모습 2018.07.12 [사진=박진범 기자] |
국내 자전거 이용인구가 1200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방치자전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수거한 자전거 숫자는 2014년 1만3022대 △2015년 1만5367대 △2016년 2만72대로 계속 늘었다. 지난해는 1만6849대를 수거했다. 한 해 평균 약 1만6000대가 버려지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방치 자전거는 자치구가 처분 예고장을 부착하고 10일 후에 수거한다. 이후 자치구 홈페이지에 14일간 소유주를 찾는 공고를 낸 뒤 찾아가지 않으면 매각한다. 매각 후 1년 안에 주인이 나타나면 매각대금을 준다.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전거 의무등록제도가 없어 주인이 있는 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막상 버렸다고 판단해 스티커를 붙이면 주인이 나타나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선진국이 일찌감치 의무등록제를 시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전거 이용인구가 많은 일본은 1994년부터 의무등록제를 통해 폐자전거 감소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일부 지자체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고 홍보가 안 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 지하철2호선 대림역 자전거보관소 모습 2018.07.12 [사진=박진범 기자] |
서울시는 의무등록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오토바이의 경우에도 소형원동기 등록의무화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의무로 규정하면 과태료도 부과해야하는데 시민 반대가 예상돼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도입하려면 최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돼야하고 경찰·행정기관도 조회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이 갖춰져야 실효성이 있다”면서 “당장 행정안전부가 미온적이라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함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대표는 "기초적인 행정부터 잘못된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인데 거치대를 인도에 설치하니까 보행자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보관소를 차도에 설치하고 국가가 나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인프라도 부족한데 자전거 '자'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친환경 탈 것’이라고 무턱대고 장려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치된 자전거 [사진=박진범 기자] |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