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여론전도 거세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정점에 섰던 안 전 지사에 대한 재판 보도가 쏟아지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결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과 22일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2일·6일·9일·11일·13일 5차례 재판을 심리했다. 이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건은 6일 피해자 증인신문과 9일 일부 피해자 측 증인신문 두 차례다.
재판 대부분이 공개되며 피고인측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온 김지은(33·전 충남도 정무비서)씨 평판과 행실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양측의 진실 공방에 고개를 갸웃하던 여론이 한쪽으로 기운 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 13일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13 leehs@newspim.com |
◆“부부 자는 방에 들어왔다” 여론 뒤집은 민주원 증언
민씨는 일명 ‘상화원 사건’을 언급하며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확신했다. 민씨는 “충남 상화원에서 부부가 함께 묵은 침실에 김씨가 새벽 네 시쯤 살그머니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와 3~4분간 우리를 내려다봤다"며 "잠에서 깬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하니 김씨가 도망치듯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재판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상화원에 묵던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낸 문자를 확인,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을 수행비서로서 막기 위해 한밤 중 대기했다”며 민씨 주장에 반박했다. 김씨는 “복도에 있다 방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봐서 내려왔다”고 덧붙이며 침실에 들어왔다는 주장 자체를 부인했다.
김씨의 반박에도 상화원 발언은 파급력이 컸다. 여론은 “안희정도 잘못했지만 김지은도 잘한 거 없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민씨뿐 아니라 피고인측 증인들의 발언이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했다’는 취지로 연달아 보도되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했던 안 전 지사 측 주장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11일·13일은 안 전 지사 측 증인만 7명이 나왔다. 검찰 측 공개 증인신문은 2명이었던 데 반해 피고인 측 증인신문이 전면 공개되며 분량 면에서도 안 전 지사 측에 유리하게 해석될 만한 내용이 더 많이 공개됐다.
◆‘2차 피해’ 우려 현실로... 안 전 지사 측 “방어권 행사”
당초 법정에서 검찰은 “김씨가 사생활 공개를 원치 않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재판부에 전 재판 비공개를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선례가 없다”며 사생활 침해가 예상되는 일부 재판에 대해서만 비공개로 전환키로 했다.
안 전 지사가 ‘유력 차기 대선주자’였다는 점에서 재판 내용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5일 김씨의 최초 폭로 이후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재판 내용 하나하나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안 전 지사 측은 방어권 행사를 이유로 증인신문을 모두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리저리) 재는 느낌을 받았다”, “(김씨가 웃으며 달려와 ‘지사님’ 부르는 모습에) 오랜만에 애인을 만난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가 지사님을 좋아해서 일을 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등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도 여과 없이 보도됐다.
김씨 측 변호인단은 “검찰 쪽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안 전 지사 쪽 일부 증언만 크게 보도돼 피해자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도 “증인의 진술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서울 서부지법 앞에 김지은(33) 전 충남도 수행비서를 지지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회원들이 김씨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018.07.06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 기자] |
◆‘업무상 위력’ 피해자 증언이 관건... 16일 피해자 심리상태 진단
피고인 변호인단은 증인들을 신문하며 “캠프 분위기가 권위적이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부드러운 리더였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업무상 위력’이라는 점에서 실체를 입증하려는 검찰과 결백을 주장하는 변호인단 간 공방이 재판 내내 치열하게 이어졌다.
업무상 위력이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어느 한 쪽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 측과 피고인 측 증인들의 경험치가 다른 점을 고려하면 각자가 체감한 분위기가 다른 것도 당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건의 피해자인 김씨가 진술하는 안 전 지사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 구체적인 경험이 재판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 6일 오전 10시부터 13시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피해자 신문을 진행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마라톤 신문을 마친 뒤 불면증과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16일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심리분석 전문가를 불러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재판부는 23일 7회 공판기일을 추가로 잡고 안 전 지사에 대한 신문이나 변론 종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말 1심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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