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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동성애 아닌 학생들의 감성에 집중하길"…연극 '알앤제이'

기사등록 : 2018-07-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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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
9월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전 세계 가장 유명한 러브 스토리가 억압된 남학생들의 에너지로 분출됐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은 연극 '알앤제이(R&J)'가 공연 중이다.

연극 '알앤제이' 공연 장면 [사진=㈜쇼노트]

연극 '알앤제이(R&J)'의 프레스콜이 17일 오후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동성애'가 아닌 학생들의 상황과 감성에 대해 집중해달라는 말이 반복됐다.

'알앤제이'는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남학교를 배경으로 오직 네 명의 학생만 등장하는 공연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이다. 학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강렬한 일탈과 희열의 순간을 경험한다.

김동연 연출은 "네 명의 남학생이 학교 내에서 금지된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직접 연극을 하면서 본인들에게 쌓여있던 여러 가지가 분출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이후의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구조적으로는 '한여름밤의 꿈'처럼 극중극 형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관객들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원래 목적이자 취지"라고 밝혔다.

네 명의 학생들에게 책 속에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의 서사는 엄격한 학교 내의 생활에서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이야기에 매료되고, 희곡 속 인물의 삶에 자신들을 투영하며 점점 열정적으로 빠지게 된다.

연극 '알앤제이' 공연 장면 [사진=㈜쇼노트]

송한샘 프로듀서는 "40대인 제가 어릴 때는 '선데이 서울'을 몰래 봤다. 작품 속 학생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선데이 서울' 같았을 거다. 사랑을 관념으로만 배웠지 몸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다. 가톨릭 학교에서 윤리, 이성에 대해 배우고 강요받지만 몸으로 꿈꾸는 사춘기 감성의 해소는 전혀 교육받지 못했다. 제사를 지내는 제주가 강신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학생들도 빠져버리는 거다. 특히 학생1이 가장 강렬하게 빠지고, 극 속에 머물고 싶어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현실과 마주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몸에 넣었다가 빠졌을 때 학생들은 변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별다른 이름 없이 학생 1, 2, 3, 4로 구분된다. '학생1'은 배우 문성일과 손승원, '학생2'는 배우 윤소호와 강승호, '학생3'은 배우 손유동과 강은일, '학생4'는 배우 송광일과 이강우가 맡는다. '학생1'을 제외하고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3역을 맡기도 한다.

손승원은 "대사가 너무 많고 소품이나 무대 장치는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겁이 났다. 연습할 때부터 힘든 점이 많았다. 연습 기간도 짧았는데, 힘든 것들을 이겨내다보니 정이 많이 든 것 같다"며 "처음 보는 형식의 대본이었고 꼭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1년에 한 번은 꼭 공연을 하자는 스스로의 목표가 있는데, '알앤제이'를 한 게 후회없는 선택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고생했고 정이 많이 들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는 '학생 1'과 '학생 2'의 감정이 가장 격렬하다. 키스신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동성애로 보기엔 어폐가 있다.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기 때문.

윤소호는 "원작자의 말 중에 '이 작품은 결고 통성애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남학생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라는 내용이 있었다. 저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이며, 왜 빠져드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글로만 배우고 체감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책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고 달러진 감정들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연극 '알앤제이' 공연 장면 [사진=㈜쇼노트]

공연은 책상과 의자가 가득찬 무대 세트로, 특히 관객들이 메인 액팅 공간 뒤쪽에 위치할 수 있는 무대석을 마련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일종의 4D석"이라며 구도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송 프로듀서는 "TV처럼 바라만보는 무대가 아니라 양쪽에 객석을 둠으로써 이야기 속 환상에 관객들을 끓어들이지 않는 의미가 있다. 일종에 배우들의 연희자가 같은 역할이 되는 것"이라며 "배우들의 신체성을 극대화 하고 싶었다. 배우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무대 위에서 몸부림 치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소스라치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에 반응할 거란 생각이다. 모든 감정을 끄집어내고 싶었고 그 방법이 몸이었다. 배우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극 '알앤제이'는 뉴욕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상연된 작품이다. 1997년 뉴욕에서 초연된 후 시카고, 워싱턴 D.C 등 미국 전역에서 400회 이상 공연했으며, 2003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를 비롯해 네덜란드, 호주, 브라질, 일본, 남아공,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차례 공연됐다.

격력하고 대담한 연출,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보일 연극 '알앤제이'는 오는 9월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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