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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성희롱' 교권침해 만연해도 교사들은 '속수무책'

기사등록 : 2018-07-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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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5년간 18만 건...뚜렷한 대책 없는 실정
모든 피해는 오롯이 교사에게...근본적 대안 필요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최근 학생들의 교권 침해가 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대책은 사실상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제재하는 법이 있어도 처벌 수위가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교사들 지적이다.

◆교권침해 5년간 18만 건... 뚜렷한 대책은 없어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 교권침해 건수는 총 18만211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이 1만1255건(61.8%)으로 가장 흔했다. 수업방해 3426건(18.8%), 기타 2127건(11.7%), 교사 성희롱 502건(2.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바른 교육과 교권보호를 위해 강력한 학생처벌을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교 현직 교사라고 밝힌 게시자는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잔소리하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며 "학생 인권이 너무나도 강조돼 교권이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해당 청원 글은 한달여 만인 18일 기준 4만2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교육청 /이형석 기자 leehs@

교권침해를 일삼는 학생을 제재하는 법이 있기는 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18조에 따르면 교권침해를 한 학생은 교육감이 지정한 기관에서 특별 교육 혹은 심리치료를 받게 돼 있다. 학부모도 함께 교육을 받도록 규정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교사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비판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강제전학까지 보낼 수 있는 학교폭력예방법과 비교했을 때 교원지위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모든 피해는 오롯이 교사들에게...근본적인 대안 필요

결국 모든 피해는 교사들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다는 B(28)씨는 "가정통신문을 직접 가져가라는 교사 말에 학생이 'XX, XX 귀찮게 하네'라며 욕설을 내뱉었다더라"며 "교사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못 들은 척하고 묵묵히 수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B씨는 또 "조금이라도 체벌을 가하면 학부모가 찾아와 교무실을 뒤엎을 뿐만 아니라 학생인권 침해로 신고까지 당한다"고 하소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지난 2016년 전북 부안의 모 중학교에서는 생활지도 차원에서 학생들의 신체에 손을 댄 교사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들의 허벅지를 의도적으로 쓰다듬었다고 주장했다. 교사는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직위해제됐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서야 학생들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의 아내는 "한맺힌 남편은 눈을 부릅뜨고 죽었다"고 토로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권침해를 당해도, 자신의 제자이기 때문에 고소·고발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그나마 가능한 대안은 어쩔 수 없이 휴직하거나 자발적으로 전보 가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침해는 일종의 모욕죄로, 인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학생들의 문화, 가정 교육 등까지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수준의 법적 규제가 분명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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