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민주 기자 = "중진공(중소기업진흥공단) 근무 20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처럼 긴장되기는 처음입니다. 형식 위주가 아니라 현장 중심, 수요자 중심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 14조원, 운용 예산 4조원, 전국 곳곳의 지방 조직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등 해외지부까지 운영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설립 40년을 앞두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중진공은 1979년 중소기업 진흥을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지금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홍종학) 산하의 핵심 기관이다.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고, 평생 직장이 보장되다 보니 공무원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 신임 이사장 취임후 '혁신성장복합금융사업' 추진
그렇지만 지난 3월 신임 제17대 이상직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이스타항공을 성공 창업한 경험을 가진 이상직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세상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급변하는데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혁신을 요구받는다"며 "중진공 본연의 목적인 스타트업ㆍ벤처ㆍ중소기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지원 정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상직 이사장이 겅남 진주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
이 이사장은 선언적 수사에서 벗어나 스스로 변신을 모습을 먼저 보였다.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던 역대 이사장과 달리 지난 4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 출연해 중진공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
이 결과 나온 정책이 '혁신성장복합금융'이다. 혁신성장복합금융이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중진공이 인수해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고, 이를 자산담보부증권(ABS)으로 전환해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단순 담보 대출이나 투자가 아니라 금융공학을 활용한 첨단금융이다.
중진공이 전체 발행금액의 10~20% 가량을 손실 위험을 떠안고 후순위로 먼저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손실 가능성이 낮아져 기관 투자가나 민간 투자 회사로부터의 자금 유치가 쉬워진다.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어서 중진공의 동일한 재정으로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혁신성장복합금융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ley)을 지나고 있는 기업의 현실과 니즈를 파악한 금융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벌써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중진공은 설립 39년 만에 이름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중에 있다.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개명 발의 중… 조직혁신 TF 출범
지금의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개명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중진공측은 "주요 사업의 하나가 '벤처' 지원인데, 이를 아는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은 것이 개명의 배경"이라며 "중진공이 법률(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법)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다보니 조직명 변경을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학계, 연구계, 중소벤처기업 대표 등 외부전문가 7명과 중진공 부서장 6명을 위원으로 하는 ‘조직혁신 TF’를 출범시켰다.
박동수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가 위원장에 위촉됐고, 권경현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직혁신 TF는 중진공의 운영방식 전반에 관한 사항에 대해 개선안을 만들고 혁신 방안을 조언할 예정이다. 타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개선과 혁신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혁신은 이상직 이사장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상직 이사장은 현대증권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근무했고 플랜트제조기업 케이아이씨(KIC)의 대표로 일했다. 이후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국내 항공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성공 창업의 경험을 가진 이상직 이사장은 "스타트업을 키우면 일자리가 늘고, 가계 살림이 나아지고, 국가 경제가 성장한다"며 창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