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9월 열릴 유엔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을 그려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김 위원장의 불참은 최근 북한 비핵화 답보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에게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랑천발전소건설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17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日매체 “김정은 대신 리용호가 유엔총회 연설”…전문가 “아직 불참 예단은 일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이 작성한 일반토론 연설 명단을 입수, “김 위원장 대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9월 29일 오후 연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올해 9월 18일부터 열리는 제73차 유엔총회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각료급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는 약 2주간 지속되는 일반토론을 통해 각국 대표가 중요한 안건에 대해 연설을 한다. 200여 명의 각국 정상 및 고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은 총회의 ‘백미’다. 일부 정상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연단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에는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점쳐졌다. 4.27·5.26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고조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불참은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 각국 정상들도 저마다의 일정 때문에 유엔총회 참석 며칠 전에 참석 의사를 번복하기도 한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면 전날 명단 등록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임박해서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지금 총회 개최가 두 달이나 남았는데 불참한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유엔총회 계기 사무총장 주최 만찬도 있다”며 “참석 인사가 바뀌는 사례가 많아 좌석 배치를 두고 전날까지 고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유엔총회에 불참하더라도 뉴욕을 방문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총회 일반토론은 리용호 외무상을 보내고 김 위원장 자신은 뉴욕에서 한미 정상과 만나는 시나리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6일 평양 순안공항 도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폼페이오 빈손 방북·유엔총회 불참…‘김정은식 배짱외교’ 결정판
반대로 김 위원장의 유엔총회 참석과 이를 계기로 기대되는 뉴욕 방문 무산이 확정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진행 상황과 맞물려 한미 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제기되는 ‘비핵화 회의론’과 맞닥뜨릴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 회의론을 잠재울 유엔총회 계기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과 관련 “예단하기도 어렵고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는 상황은 어두운 전망을 내놓게 한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에 대해 급할 게 없는 북한이 ‘김정은식 배짱외교’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시간을 끄는 것을 보면 대북제재가 당장 해제가 안되도 최근 중국 등을 통해 어느정도 갈증이 해소됐다는 것”이라며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최대한 시간을 지체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아울러 미국 내 조야와 언론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빈손으로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9월 안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엔총회를 계기로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3차 방북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발언 등이 비관적인 시각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냈고 비핵화를 추구하는 국가로 '어필'도 했다”며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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