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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흥행, 중국 의약 개혁 촉발 '시진핑 케어' 에 동남풍

기사등록 : 2018-07-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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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암 환자의 경제 부담 등 의료 문제 고발
환자부담 완화위해 정부 의약품 개혁 박차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중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고발한 영화 ‘워부스야오선(我不是藥神, 나는 약신이 아니다)’이 흥행몰이하고 있다. 때를 맞춰 리커창(李克強) 중국 국무원 총리도 나서서 중국 의약계 개혁을 촉구하면서 대륙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발암물질 ‘발사르탄’ 고혈압약 사태에 이어 광견병 백신 기록조작 파동까지 일어나 중국 의약품에 대한 각종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러한 영화의 개봉 및 흥행몰이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싼 약값에 신음하는 환자들, 실화 바탕 제작 현실감 더해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제약사의 횡포와 높은 의약품 수입 문턱 등 다양한 의료 문제로 신음하는 만성 골수암 백혈병 환자의 애환을 담은 영화다. 원무예(文牧野)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쉬징(徐崢), 저우이웨이(周壹圍), 왕촨쥔(王傳君) 등 연기파 배우가 뭉쳤다.

열악한 의료 현실을 고발한 영화 ‘워부스야오선(我不是藥神, 나는 약신이 아니다)’이 중국 내 흥행몰이하고 있다 <사진 = 바이두>

영화의 주인공인 청융(程勇)은 인도산 비아그라를 팔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이혼남이다. 몸져누운 아버지의 약값과 밀린 월세 값에 시달리던 그에게 골수암 환자 뤼서우이(呂受益)가 찾아오면서 스토리는 시작된다.

뤼서우이는 청융에게 가격이 저렴한 인도산 골수암 치료제 복제약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스위스산 원약인 ‘글래벡’이 4만 위안(약 670만원)에 달하는 데 반해 인도산 복제약은 500위안(약 8만5천원)으로, 가격이 80분의 1이다. 고액의 사례비를 주겠다는 약속에 청융은 사업 수완을 발휘, 인도 공장으로부터 대량의 복제약을 수입했고 떼돈을 벌게 된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는 다른 사업자에게 고액을 받고 계약권을 넘긴다. 공장을 차려 안정적 생활을 이어가던 중 그는 값싼 복제약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던 뤼서우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그로부터 판권을 사간 사업자는 도주한 지 오래. 청융은 다시 인도산 복제약을 들여와 이번에는 원가만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환자가 싼값에 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청융 자신은 결국 불법 약품 밀수 및 판매 혐의로 체포된다. 청융을 위해 수많은 골수암 환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결국 검찰도 그에 대한 기소를 취하했다. 원무예 감독은 영화의 엔딩 장면에 원약 글래벡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골수암 환자가 싼 가격에 약을 구매하는 이미지를 삽입했다. 의약계의 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진짜 주인공’ 루융(陸勇)은 영화 속 청융과 달리 실제 백혈병 환자다 <사진 = 바이두>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밖의 ‘진짜 주인공’ 루융(陸勇)은 영화 속 청융과 달리 실제 백혈병 환자다. 인도 복제약 ‘비낫’을 직접 복용하던 그는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를 위해 복제약을 구매 대행했고 결국 불법 약품 판매죄로 구속됐다. 이후 1000여 명에 달하는 환자 및 가족의 탄원 끝에 가석방됐다.

이 영화는 7월 6일 개봉됐으며 13일 만에 박스오피스 수입 26억 위안(약 4357억8600만원)을 돌파하며 중국 영화가를 달궜다. 관객 수 곧 30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는 영화가 폭발적 인기를 끄는 원인에 대해 “중국 의료법과 열악한 의료 현실이 주는 괴리감을 생생하게 그려냈고 이것이 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리커창 “항암제 약값 인하 시급”, ‘제로관세’ 시행 중

'나는 약신이 아니다'가 중국 대륙에 반향을 일으키며 의료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자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고위관리들은 “제약회사와 소비자 간의 이익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진행된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인도산 항암제 관세인하 계획을 묻는 인도 기자의 질문에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를 언급하며 “다양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가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며 “인도산 약품 수입 및 발전을 위해 양국 의약계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의약 무역협력과 인도산 약품 수입 등을 위한 조치를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18일 리커창 총리도 공식 석상에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를 언급하며 “항암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약값 인하가 아니라 관세 등 세금 감축 등을 통해 환자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리 총리는 “가족 구성원 중 암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를 위해 모든 재산을 끌어모으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다"며 값비싼 의료 비용을 지적했다. 그는 암을 가리켜 국민을 위협하는 ‘제1 자객’이라고 설명하며 “암 환자 및 가족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약품에 대한 리 총리의 관심 및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커창(李克強) 중국 국무원 총리는 과거에도 항압제 공급 확대 및 약값 인하 관련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사진 = 바이두>

올해 4월 한 해외 제약회사를 방문한 리커창 총리는 약품의 의료보험 적용 및 정부조달 등 방식에 대해 깊이 의논한 이후 “환자들이 더 다양한 항암제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國務院) 상무회의는 일반 약품, 항암 작용이 있는 알칼로이드 약품, 한방약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제로(0)로 하는 방안을 통과시켜 지난 5월 1일부터 실시했다. 항암제 수입 관세를 제로로 낮춰 환자의 경제 부담은 줄이되 실질적인 약값은 인하 시키지 않는 방법을 통해 바이오산업도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약품 개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국은 약품 심사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國家藥監局)과 국가위생건강위원회(國家衛健委)는 약품 심사 간소화를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라 해외에 이미 출시된 약품 중 인종 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기존의 임상실험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다. 해당 부서는 “중국 내 별도의 임상실험 데이터를 요구하지 않음에 따라 시간은 물론 임상실험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며 “약값 인하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제약사의 횡포와 높은 의약품 수입 문턱 등 다양한 의료 문제로 신음하는 만성 골수암 백혈병 환자의 애환을 담은 영화다 <사진 = 바이두>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13일 만에 박스오피스 수입 26억 위안(약 4357억8600만원) 돌파에 성공했다 <사진 = 바이두>

leem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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