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당을 분열하게 하고 망친 세력에 대한 청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슬퍼런 칼을 꺼내야 비대위가 힘이 실리는 것 아니겠는가."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이 한 말이다. 새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에게 인적청산은 불가피하다. 특히 지금처럼 당이 망가진 상황에서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조정 없이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불가능하다.
김병준 비대위 이전의 인명진 비대위도, 류석춘 혁신위도 모두 인적 청산을 시도했었다. 인명진 비대위는 친박 수장이었던 서청원 의원에 대한 징계를 내렸었다. 류석춘 혁신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인선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에 김용태 의원, 비서실장에 홍철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2018.07.19 kilroy023@newspim.com |
김병준 비대위 역시 인적 청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천권은 없지만 당협위원장 교체권 정도는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인적 청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9일에는 비박계 의원들을 주요 요직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김용태 의원을 사무총장에, 홍철호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두 의원에 대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발언을 볼 때,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계파와 진영논리를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 기득권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조정이 없을 수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비대위원장에게 힘이 실리려면 인적쇄신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인적쇄신이란 이른바 계파청산"이라면서 "핵심은 친박의 계파주의를 청산하는 것이다. 이전 비대위들이 늘 시도해왔던 것도 친박계 청산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청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노무현의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박계 의원들과의 인연도 많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07.17 kilroy023@newspim.com |
김 위원장은 친박계 단체로 알려진 '오래 포럼'의 정책연구원장직을 맡고 있다. 오래포럼은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이끌고 있다.
함 전 사장은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국무총리에 지명됐을 때나 이번 비대위원장 선출에도 함 전 사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김 위원장이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친박계 인적 청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선출될 때 당초에는 친박계 의원들이 크게 반발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잠잠하지 않았느냐"면서 "관계가 그렇게 맺어져 있다 보니 김 위원장이 친박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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