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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도 거부도 알아야 하는데...중동 너무 모르는 한국

기사등록 : 2018-07-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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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 교육 인프라 부재 심각한 지경
한반도 정세와도 밀접...전문가 양성 급한데 현실은 답답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예멘 난민사태로 중동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막연한 거부 이전에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이 더 이상 한반도 정세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중동,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대상인가

아랍은 더럽고 낙후됐으며 호전적이라는 편견이 한국사회에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중동은 테러와 산유국, 이슬람교, 낙후한 지역 정도로 알려져 있다. 내전이 발발한 아랍국가에서 난민이 대량 발생한 뒤부터는 ‘민폐국가’ 이미지도 강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아쉬워한다. 미묘한 군사밸런스를 유지하는 중동국가들이 한반도 정세와 점점 밀접해지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한국무기 수출이 좋은 예다.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관계자는 “중동을 여태 제3국가라고 칭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한국은 세계를 보는 시각이 서양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한창 강조하는 다문화라는 것 역시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어 틀을 깨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 양성 힘든 구조가 경쟁력 떨어뜨려
사실 중동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우리사회 특유의 선입견과 무관심이 이를 가로막아왔다.

아랍어는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함께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6대 공용어다. 20여개 아랍 국가는 물론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국가 구성원까지 세계 13억 명이 사용한다. 그런데도 아랍어는 한국에서 ‘특수어’ ‘희소성 있는 언어’ 취급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대학만 봐도 알 수 있다. 1965년 한국외대에 아랍어과가 개설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명지대, 조선대, 부산외대 등 전국 7개 대학에서만 아랍어를 가르친다. 1973년 오일쇼크 등을 거치며 인기학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2013년 외무고시가 폐지되며 반짝했던 인기도 시들해졌다. 사설 아랍어학원도 전국 5~6곳 수준으로, 사실상 대학이 아니면 아랍어를 배우기 힘들다.

고대어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아랍어 특유의 고난도 역시 장벽 중 하나다. 때문에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아랍어과를 6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중동의 외교, 정치, 경제이슈는 급변하고 있다. 중동 전문인력 부재는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04년 김선일 씨 납치사건 당시 아랍어 발음과 뜻을 한국어로 다급하게 적은 외교부 브리핑 자료가 카메라에 잡히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쉽게도 이런 상황은 15년이 지나도록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수능 고득점 과목 전락…“앞으로가 더 걱정”
아랍어는 2002년 고교 교육과정 7차 개정을 계기로 고등학교의 정식 제2외국어가 됐다.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칠 수 있게 됐고, 당연히 대입수학능력시험 출제과목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랍어가 생소하고 국내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이유로 제2외국어로 채택한 학교는 거의 없었다. 사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칠 인원도 부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랍어는 수능에서만큼은 대단한 인기를 자랑한다. 교육인력도, 교재도 없어 문제가 굉장히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았는데 수험생 70%가 수능에서 아랍어를 선택하고, 찍기만 해도 2등급이 나오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외대 중동연구소 관계자는 “아랍어를 특수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우리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증거”라며 “외국어는 수단일 뿐이므로 중동 지역과 연계되는 정치, 경제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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