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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대환영합니다" vs "인위적으로 될까요"

기사등록 : 2018-07-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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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혜택 포기하고 어려운 결제 선택할까 의문
소비자들 "신용카드 기능 추가되면 이용 더 늘 것"

[서울=뉴스핌] 오찬미 기자 = 카드나 현금 결제 대신 스마트폰 화면에 뜬 큐알(QR)코드를 찍는다. 내 은행 계좌에서 바로 가게 주인의 계좌로 자동이체가 이뤄진다. 중간에 카드 및 결제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비용은 0원이다. 지금까지 식당 및 가게 주인들이 상가를 운영하면서 내왔던 2.5%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가 사라진다.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착한 페이, 제로 페이의 모습이다. 

제로 페이는 소비자가 카드나 현금 결제 대신 이 결제 방법을 '선택'해 주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 소비자들, 많은 혜택 포기하고 불편 감수할까

정부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사용금액의 40%를 소득공제 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직불카드인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 사용 후 현금영수증을 떼도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황에 소비자들이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과 페이백·포인트 혜택을 포기하고 제로페이를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체크카드 보다 할인 비율이 더 큰 신용카드 혜택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쓸 경우 15%만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얼핏 제로페이의 소비자 혜택이 더 커 보인다. 하지만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프렌차이즈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20~50%의 통큰 카드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고객 계좌에 잔금이 없는 경우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바코드의 정보를 QR코드에 넣은 모습. QR코드는 바코드보다 훨씬 작은 공간에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자료 = 덴소웨이브 QR코드 페이지]
QR코드의 기본 형태 [자료 = 덴소웨이브 QR코드 페이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샤로수길 상권. [사진=오찬미 기자]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경영 부담을 줄여주는 착한 페이 도입을 환영했다. 

◆ 소상공인 "대환영입니다만…" vs 카드사 "인위적으로 될까요"

서울 관악구의 골목 시장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이런 정책은 정말 감사하다"며 "수수료만 줄여도 저희같은 경우는 인건비가 나온다. 99.9%가 카드 결제라서 결제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 저희 상가는 젊은 고객들이 대다수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한 자릿수 수수료라도 고정비용으로 지출되는 수수료는 부담이 크다"며 "고객분들이 제로페이를 많이 써 주셔야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제도가 도입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개인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도 "저희처럼 작은 식당에서는 카드혜택 같은 게 없으니 우리 손님들은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공제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저희들을 위한 정책들이 하나씩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나 QR코드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의 한 사장은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이런 걸 쓰겠냐"며 "제로페이 자체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처럼 후불제로 사용할 수 없어서 한계가 클 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요즘 신용카드를 쓰는 분들이 많은데 신용 기능이 없으니 생각만큼 이용자가 많을 지는 모르겠다"며 "신용카드 기능이 추가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소상공인 간편결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민간에서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기능이 포함된 신제품을 개발해 줬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혁신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카드업계는 대안 마련을 고민중이다.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큰 상황에 선택권을 늘리는 제로페이에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소상공인들이 카드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해도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를 감안하면 정말로 부담이 큰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어렵다"며 "지급결제 시장에서 경쟁에 의해 수수료가 내려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정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시장 가격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말했다.  

제로페이의 안착과 성패는 결국 소비자에게 달렸다. 아직까지는 제로페이를 생소해 하는 소비자들이 많고 소상공인중에서도 제로페이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 적극적인 홍보와 촘촘한 대안이 더 필요해 보인다. 

 

ohnew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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