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경기남부

[단독] 공정위, '폐차가격 담합' 조사...폐차장 500여곳 정조준

기사등록 : 2018-08-02 11: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폐차 고철 매입가격' 짬짜미 의혹 조사중
전국 폐차장 551곳…경기도 128곳 집중돼
폐차장 관련 협회 전격 조사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2일 오전 09시46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세종 = 뉴스핌] 이규하 기자 = # 10년 넘게 애지중지 아끼던 차를 폐차하려던 이모(남·43) 씨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침수차라고는 하나 중형차(2007년형 H사 세단)의 폐차 값치고는 너무 적은 금액을 제시받았기 때문이다. 집 근처가 아니라 거리가 있는 인근 지역 폐차장을 알아봤지만, 모두 짜기라도 한 듯이 40만원대 금액을 불렀다. 이 씨는 “알루미늄 휠에 운행가능 차량이면 모두 고철값 45만원 정도를 부른다”고 말했다.

# 김모(여·30) 씨도 10년이 넘은 H사 준중형차의 폐차 가격을 알아봤다가 담합을 의심했다. 이곳저곳에 차량의 폐차 가격을 알아보니 모두 똑같은 30만원대. 그나마 경북 지역에 있는 한 곳만 높은 금액을 제시했으나 거리가 멀어 포기했다. 박 씨는 “폐차 가격을 알아봤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며 “부품을 일일이 팔거나 해외로 팔려나가도 상당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아는데 좀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알아봤더니 모두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공정당국이 ‘폐차 고철 매입’에 대한 가격담합을 포착,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폐차 값에 대한 가격담합 의혹이 제기됐지만, 공정위가 전방위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2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도별 폐차장과 폐차업자를 회원사로 구성한 단체인 A협회를 조사하는 등 ‘폐차 고철 매입’ 가격 담합을 조사하고 있다.

올해 기준 수도권과 광역시 및 시도 소재의 폐차장은 551곳에 달한다. 이 중 경기도가 128개로 서울 11개, 인천 7개보다 많은 사업장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한 경차가 대전 소재 폐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핌 DB]

기자가 지역별 주요 폐차장에 문의한 결과, 2007~2008년형 중형세단(휘발유 운행 가능 차량)의 폐차 매입 비용은 40~45만원 선이었다. 충청권의 경우는 대다수가 40만원을 제시했다.

10년 넘은 준중형 세단(휘발유 차량)의 경우는 모두 35만원의 폐차 매입 비용을 제시했다. 알루미늄 휠이 있는 경우 평균 폐차 매입비용을 따지면 경차는 10~20만원, 소형 20~35만원, 중형 30~40만원, 대형 40~60만원 선이었다.

폐차장 한 관계자는 “휘발유, LPG, 경유차(노후경유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폐차 가격이 정해져 있다”며 “어디가나 비슷한 금액”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폐차업자들의 권익 도모를 위해 구성된 협회가 가격 및 시장거래를 잡고 있다는 의혹이 크다. 즉, 관련 협회가 지역별 지부를 통해 소속 폐차업자들에게 일률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

이른바 중개상이라고 불리는 ‘불법 나까마’들이 정식 폐차업체로 들어오는 등 시장이 양성화되면서 기득권의 폐차협회가 해당 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고철을 자원순환으로 하는 자원순환 기본법을 제정, 공포한 바 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상황에 고철은 재활용이 가능한 고매입 대상이다.

고철 공급업체들은 수입고철 가격이 오르거나 하락할 때를 대비해 물량 조절을 하는 구조로 사업한다. 수입가격이 상승할 경우 국내 고철 공급사들은 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다가 가격이 오르면 푸는 식이다.

2016년 고철 원자재 값이 ㎏당 300원대에서 90원대로 폭락하면서 고철 분야의 담합 고착은 더욱 심화됐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고철 매입을 하는 폐차업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공정위도 고철 원자재 값의 등락폭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폐차업자로 구성된 A협회가 고철매입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산하 관계기관의 집계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폐차실적은 46만412대(승용·승합·화물·특수 포함)에 달한다.

최근 3년 간 폐차실적은 2015년 77만3436대, 2016년 79만503대, 지난해 88만3865대를 기록했다. 작년 승용차 기준으로는 66만1586대다.

고철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최근 3년간 폐차장에서 나온 고철 규모는 2015년 34만8000톤, 2016년 38만2000톤, 2017년 42만6000톤에 달한다. 상황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고철 재활용 자원의 현 시세는 kg당 140원~170원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경인지역의 고철 시세인 200원대를 계산할 경우에는 대략 85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폐차장에서 만난 한 경차 소유자는 “솔직히 고철 값 치고는 제법 받을 줄 알았다. 당시 1000만원 돈 주고 산 차를 10만원의 고철 값으로 넘기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세 곳 정도 알아봤더니 전부 비슷한 매입가를 제시했다. 어떤식으로 매입 시세를 정하는 지 모르겠지만 마진 폭리를 상당히 본다는 생각에 속이 편하지는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생분야 중 폐차 시장에 대한 담합 조사를 지난 정무위원회 때 업무 보고한 바 있다”며 “‘폐차 고철 매입’ 가격 담합은 조사 중으로 곧 심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격은 자율적인 매입이 결정돼야 하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라며 “식품, 교복, 수입자동차 AS 서비스 부품 등 국민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감시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udi@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