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조정이 이해당사자간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또다시 불발됐다. 이번 논의를 앞두고 약사회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편의점 업계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공공 인프라’로서의 이미지 제고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는 ‘제6차 안전상비약 품목조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확대·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타이레놀 500mg 등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약사회의 반발에 부딪쳤다.
다만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선 편의점은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실보다는 득이 컸다. 상비약 매출 비중이 미비한 상황에서 품목 확대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편의점이 생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상비약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0.2% 미만이다. 일부 집객 효과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구매 목적이 뚜렷한 품목인 만큼 부수적인 수입 창출이 크다고 보긴어렵다.
편의점협회도 수익을 위한 게 아닌 공적 기능 차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편의점 상비약에 대한 여론도 약사회보단 편의점 쪽으로 치우쳐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최상은 고려대산학협력단 교수가 수행한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4%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이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CU의 ‘미아 찾기 시스템’은 도입된 지 두 달 만에 약 20명에 이르는 어린이,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안전하게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BGF리테일] |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편의성 확대를 위해 편의점 상비약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설문조사 결과 역시 편의점 상비약 판매 품목 확대를 선택한 응답자가 86.8%에 달했다.
편의점 업계가 내세운 ‘국민 편의’ 논리가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최근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편의점 입장에서는 공공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이미지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 단순 소매점이던 편의점은 최근에는 택배, 금융 등 생활서비스부터 치안 등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수행하며 일상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자정이나 주말, 심야약국의 역할 뿐 아니라 은행·치안센터를 보완할 수 있는 한 축으로서 주목받는 것이다.
한강 GS25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심폐소생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GS리테일] |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있는 4만여 개의 점포망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이라는 사업적 특성은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재호 GS25 상생협력팀 팀장은 "이제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주도적으로 우리 사회 안전망의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편의점은 각종 재난상황 대피소나 구호물품 창고 역할은 물론, AED(자동심장충격기) 배치 등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CU는 경찰청과 손잡고 결제단말기(POS)를 통해 전국 매장과 경찰청 신고 시스템을 연결하는 ‘원터치 긴급 신고 시스템’을 구축 치안 보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를 연계한 ‘미아 신고 시스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GS25는 전국 주요 은행과 손잡고 동일한 ATM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한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과거 단순 상품 판매나 고객 편의를 제공하던 1·2세대 편의점에서 최근에는 플랫폼을 활용해 공익적 기능도 수행하는 3세대 형태로 진화했다. 상비약 판매도 그 일환”이라며 “이제 수만 개의 점포를 지역사회를 위해 가치 있는 공공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 약사회는 이를 탐욕으로 치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 구비된 상비약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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