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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최근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미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흐름에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규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무역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해지고 위안화는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무역전쟁 위기가 지속하면서 달러화 강세 전망이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인 스탠스와 함께 무역전쟁 위기, 위안화 약세가 엮인다면 달러화가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달러 강세를 바라지 않는다는 속내를 여러 번 비쳤고 연준이 금리 인상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냈지만,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행보는 당분간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약세를 보인 위안화는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무기로 환율전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 무역전쟁에 약해지는 위안, 트럼프 ‘골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해 무역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분쟁은 그의 바람과 달리 달러화를 강하게 하고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가격 경쟁력이 향상된다.
지난 7월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2.85% 절하됐다. 위안화 가치는 7월 말 14개월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4월 초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결국 중국 인민은행은 3일 선물환 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면서 위안화 하락 억제에 나섰다.
크레디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G10 수석 외환 전략가는 “모든 것이 달러와 위안에 대한 것”이라면서 "중국 인민은행의 개입으로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것을 어렵게 하지만 달러의 추세적 전환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리노프 전략가는 이어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에 대한 위협이 시장에서는 더욱 지배적인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TS 롬바드의 존 해리슨 수석 신흥시장 거시 전략가는 “위안화의 절하에서 우리가 본 것은 과거에 우리가 봤듯이 커다란 움직임이 있을 땐 중국 당국이 시장이 위안화에 대해 한 방향으로만 베팅하지 않게 하도록 초조해한다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무역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외에도 미 달러화를 강하게 할 여건은 충분하다. 2분기 4.1%(전기대비. 연율)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와 세계 중앙은행의 선두에서 긴축을 진행 중인 연준은 달러화 강세를 지지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하고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연준이 긴축 사이클의 종료를 조만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유가 상승과 관세 적용에 따른 물가 상승은 연준의 행보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위안화가 약해지고 트럼프 대통령도 연준의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잠시 환율전쟁 우려가 불거졌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은 인위적이라기보다는 가격이 이슈에 따라 움직인 결과라는 게 시장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틴 선임 외환전략가는 “나는 그들(중국)이 환율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시장이 달러/위안 환율을 높였고 그들이 이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것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신중한 ECB에 얌전한 유로, 터키 리라 ‘사상 최저’
올해로 양적 완화(자산매입프로그램)를 종료할 예정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는 통화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7월 중 0.26% 상승에 그쳤다. 5월 1.20달러대까지 레벨을 높였던 유로화는 최근 1.16달러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말까지만 자산매입을 시행하기로 하면서도 기준금리를 내년 여름까지 사상 최저치로 묶어 놓겠다고 선언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물가 관련 우려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조정에 신중한 ECB와 달러화 강세 전망은 유로화 상승을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유로/달러 환율은 5주간 최저치로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터키 리라 가치의 급락이 두드러졌다. 터키가 억류 중인 미국인 목사의 석방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터키 제재에 나서며 터키 리라화는 7월 중 7% 이상 가치를 잃었다. 8월 초에도 달러/리라 환율은 5.1125달러로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터키의 물가 상승도 리라 가치에 영향을 줬다. 7월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16%를 기록했는데 중앙은행도 통화 가치를 방어하고 물가 상승세를 제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가 지난달 회의에서는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75%로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 코먼웰스 뱅크의 피터 킨셀라 외환 전략 책임자는 경제전문매체 CNBC에 “리라화가 수년간 물가가 오르면서 압박을 받았다”면서 “중앙은행은 최소 18개월에서 2년 동안 실질 금리를 플러스로 유지하겠다는 믿을만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