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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뮤지컬 '록키호러쇼'…마니아층 많을 수밖에

기사등록 : 2018-08-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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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문화의 대표적 컬트 작품…SF부터 호러, 코미디 모두 담았다
'프랑큰 퍼터' 역의 송용진, 마이클리, 조형균 3색 매력
10월3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완벽한 기승전결, 치밀하고 세밀한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안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함께 웃고 즐기고 호흡하다 보면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B급의 매력을 200% 이상 느끼게 만든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 장면 [사진=알앤디웍스]

뮤지컬 '록키호러쇼'(연출 오루피나)는 독특한 개성으로 대중적이기보다는 B급 문화의 대표적인 컬트 작품으로 꼽힌다. 메리 W.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오마주하며 SF, 판타지, 호러, 코미디, 퀴어, 뮤지컬 등 장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국내 공연계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장르지만, 그만큼 차별화된 재미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작품은 약혼식을 앞두고 은사를 찾아가던 브래드와 자넷이 폭우 속에서 자동차가 고장 나면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프랑큰 퍼터 박사의 성에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다.

사실 스토리보다는 무대 위에 오르는 캐릭터들의 매력,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넘버, 화려한 의상과 무대 등이 더욱 관객을 몰입시킨다. 매우 촌스러운 브래드와 자넷을 시작으로 트랜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외계인 남매 마젠타와 리프라프, 약에 취해 극도의 기쁨에 젖어 있는 콜롬비아, 인조인간 록키 호러 등 이색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 장면 [사진=알앤디웍스]

그중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는 단연 '프랑큰 퍼터'. 양성애자 과학자인 '프랑큰 퍼터'는 짙은 화장과 코르셋, 가터벨트, 망사스타킹, 하이힐 등 강렬한 의상에 쾌락을 좇는 가벼운 도덕성과 때론 잔인하게 변하는 성격, 직접 자신의 이상형을 담은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드는 등 상식을 벗어난 인물이다. 배우 송용진, 마이클리, 조형균은 각자 다른 느낌으로 '프랑큰 퍼터'를 연기한다. 송용진은 남성과 여성의 느낌을 극대화해 반전 재미를 주고, 마이클리는 어색한 한국어 억양이 오히려 개성이 되고, 조형균은 캐릭터 그 자체가 매우 러블리하다. 세 배우의 다른 매력은 관객들을 '회전문'(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것) 돌게 만들 정도다.

모든 배우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배우 송유택이다. 한국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콜롬비아' 역에 캐스팅된 남자 배우. 성별을 떠나 고난도의 넘버,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귀여움과 요염함까지,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 그 자체를 '찰떡'같이 소화하고 있다. 물론 완벽한 몸매에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한 '록키 호러' 역의 배우 이승헌도 눈여겨봄 직하다.

사실 '록키호러쇼'는 관객들의 참여가 필수다. 브래드와 자넷이 성을 찾아가는 동안 관객들도 함께 비를 맞는가 하면(물론 공연 전에 나눠주는 '월간 록키' 신문으로 머리를 가린다), 공연 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타임 워프(Time warp)' 댄스를 추고, 상심에 빠진 브래드를 위로하기 위해 빵을 던지고, 고무장갑을 튕기거나 레이저총을 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다른 관객들과 휩쓸려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어색함과 소심함이 사라지고 훨씬 더 유쾌하게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공연 장면 [사진=알앤디웍스]

특히 공연의 일등공신은 '팬텀'들. '팬텀'은 앙상블을 지칭하는 말로, 9명의 팬텀이 공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남성 팬텀들은 로비에 나와 관객들과 사진을 찍고, 여성 팬텀들은 공연장 안에서 '타임워프' 댄스를 가르쳐주는 등 자연스레 관객 참여를 유도한다. 또 무대 위에서 다양한 연출을 도우며 작품의 그로테스크하고 B급 컬트 정서를 훨씬 풍부하게 살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전 체조선수 출신 배우 정다영이 합류해 리본체조와 곤봉 등 장기를 살린 연출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막이 내려온다. 그저 19금 섹슈얼리티를 강조한 B급 정서를 넘어 마음속에 감춰 있던 본능을 자극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Don't Dream it, Be it(꿈만 꾸지 말고, 실행해)'이라고 외친다. 물론 이상하고, 노골적이고, 파격적이지만, 현실 걱정 다 접어두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웃고 춤추고 즐겼던 것처럼, 공연장을 벗어나서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 해방을 전한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오는 10월3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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