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성냥갑같은 빌딩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옥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옥호텔, 한옥민박 등 머무름에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옥의 역할이 다양해 졌다. 문지방이나 처마의 유려한 곡선 등 한옥만의 단아함과 고즈넉함을 포기하지 못한 이들이 한옥으로 그들의 삶을 불러들이고 있다. 뉴스핌이 한옥을 새로운 공간으로 단장시킨 3곳을 찾았다.
[서울=뉴스핌] 송유미 기자 = 북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을 굽이 굽이 지나 작은 길 안쪽에서 ‘기와탭룸’을 만났다. 전통 한옥 외관에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식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적으로는 120년 된 한옥의 툇마루며 기둥, 기와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재밌다.
어학연수시절 캐나다에서 만나 현재까지 15년지기인 송주영, 조현민 기와탭룸 대표는 수제맥주집을 차리겠다는 결심을 한 뒤 회사를 그만뒀다. 기와탭룸은 두 대표가 차린 3개의 수제맥주집 중 첫번째 집으로 양조장으로 유명한 미국 포틀랜드에 한 달간 시장조사를 다녀와서 영감을 받아 차린 곳이다.
두 사람은 특색있는 공간을 찾다가 천장이 개방돼 있는 한옥에서 맥주를 먹는 공간을 꾸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한옥에 기와탭룸을 내게 됐다.
기와탭룸 툇마루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유리 천장 너머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서울=뉴스핌] 송유미 기자 = yoomis@newspim.com |
1호점 기와탭룸에 이어 2호점 연희탭룸, 3호점 을지맥옥은 모두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복고를 컨셉으로 잡았다. 120년 된 한옥에 들어선 기와탭룸, 40년 된 양옥에 입주한 연희탭룸에 이어 을지맥옥은 80년대 일본식 목조건물인 적산가옥에 들어섰다. 모든 지점이 최소 40년 이상 묵은 고택으로 각자가 특유의 옛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송주영 기와탭룸 대표는 “기와탭룸은 하늘이 보이고 개방감이 있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툇마루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기와탭룸은 에일맥주 15가지를 판매중이며 이 중 국내맥주는 6종이다. 제주맥주, 안동맥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구비해 외국 손님들이 로컬맥주를 많이 찾는 만큼 특색 있게 맛 볼 수 있게 준비했다.
기와탭룸의 좌식과 입식 자리 중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특히 좌식 자리를 선호한다. [서울=뉴스핌] 송유미 기자 = yoomis@newspim.com |
기와탭룸은 높은 건물로 들어선 서울도심에서 낮고 조용한 한국 건물 사이에 들어선 한옥 수제맥주집으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외국 손님들은 나무기둥과 기와로 세워진 단아한 건물 외관과 함께 툇마루 등 한국적인 좌석배치 등을 흥미로워한다.
처음 맥주집을 구상할 때 부터 브랜딩에 많은 신경을 쓴 두 대표는 한옥을 기와탭룸의 브랜딩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기와탭룸의 로고 이미지는 기와에 걸터 앉은 한 남자가 맥주 마시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며 여름 주력 맥주인 ‘시어서커(SEERSUCKER)’도 일러스트에 한옥집과 함께 처음 입주시 돌아다녔던 북촌 길고양이들을 형상화해 넣었다.
기와탭룸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모자는 외국 손님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이다. [서울=뉴스핌] 송유미 기자 = yoomis@newspim.com |
조현민 기와탭룸 대표는 “기와탭룸의 일러스트를 얹은 모자, 티셔츠, 컵 등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다른 디자인의 굿즈도 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호점에 이어 수제맥주집으로 오픈한 3호점은 내년 1층을 양조장으로 개조해 여기서 직접 만든 맥주를 전 점에 공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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