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8-23 13:52
[편집자주] 성냥갑같은 빌딩들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옥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옥호텔, 한옥민박 등 머무름에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옥의 역할이 다양해 졌다. 문지방이나 처마의 유려한 곡선 등 한옥만의 단아함과 고즈넉함을 포기하지 못한 이들이 한옥으로 그들의 삶을 불러들이고 있다. 뉴스핌이 한옥을 새로운 공간으로 단장시킨 3곳을 찾았다.
[서울=뉴스핌] 송유미 기자 = 북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을 굽이 굽이 지나 작은 길 안쪽에서 ‘기와탭룸’을 만났다. 전통 한옥 외관에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식 테이블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적으로는 120년 된 한옥의 툇마루며 기둥, 기와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재밌다.
어학연수시절 캐나다에서 만나 현재까지 15년지기인 송주영, 조현민 기와탭룸 대표는 수제맥주집을 차리겠다는 결심을 한 뒤 회사를 그만뒀다. 기와탭룸은 두 대표가 차린 3개의 수제맥주집 중 첫번째 집으로 양조장으로 유명한 미국 포틀랜드에 한 달간 시장조사를 다녀와서 영감을 받아 차린 곳이다.
두 사람은 특색있는 공간을 찾다가 천장이 개방돼 있는 한옥에서 맥주를 먹는 공간을 꾸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한옥에 기와탭룸을 내게 됐다.
송주영 기와탭룸 대표는 “기와탭룸은 하늘이 보이고 개방감이 있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툇마루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기와탭룸은 에일맥주 15가지를 판매중이며 이 중 국내맥주는 6종이다. 제주맥주, 안동맥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구비해 외국 손님들이 로컬맥주를 많이 찾는 만큼 특색 있게 맛 볼 수 있게 준비했다.
기와탭룸은 높은 건물로 들어선 서울도심에서 낮고 조용한 한국 건물 사이에 들어선 한옥 수제맥주집으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외국 손님들은 나무기둥과 기와로 세워진 단아한 건물 외관과 함께 툇마루 등 한국적인 좌석배치 등을 흥미로워한다.
처음 맥주집을 구상할 때 부터 브랜딩에 많은 신경을 쓴 두 대표는 한옥을 기와탭룸의 브랜딩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기와탭룸의 로고 이미지는 기와에 걸터 앉은 한 남자가 맥주 마시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며 여름 주력 맥주인 ‘시어서커(SEERSUCKER)’도 일러스트에 한옥집과 함께 처음 입주시 돌아다녔던 북촌 길고양이들을 형상화해 넣었다.
조현민 기와탭룸 대표는 “기와탭룸의 일러스트를 얹은 모자, 티셔츠, 컵 등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며 “다른 디자인의 굿즈도 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호점에 이어 수제맥주집으로 오픈한 3호점은 내년 1층을 양조장으로 개조해 여기서 직접 만든 맥주를 전 점에 공급예정이다.
yoomi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