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백악관 입성 19개월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소위 ‘트럼프의 남자’를 자처하며 워싱턴의 막후 실세로 통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와 2016년 대선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의 유죄 평결이 2020년 재선 도전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생명에 치명타라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판단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웨스트 버지니아주(州) 찰스턴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악재에 공화당이 술렁거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섣불리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 중간선거에서 하원 탈환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탄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화당의 중간선거의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코언이 선거자금법과 금융사기 과정에 그의 개입 사실을 밝히더라도 현직 대통령의 기소는 과거 판례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CNN과 워싱턴 포스트(WP)를 포함한 외신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적 심판을 모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심판 역시 빠져나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탄핵이라는 카드가 그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22일(현지시각) CNBC는 코언과 매너포트의 유죄 평결을 계기로 워싱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공방으로 일대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민주당 당원인 톰 스테이어는 자신이 이끄는 탄핵 소추 캠페인(Need to Impeach)을 대폭 강화했다.
온라인 광고를 통해 코언과 매너포트의 유죄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한층 높인 것.
스테이어는 탄핵 광고에 최소 100만달러의 자금을 투척하기로 결정,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크게 흔들어 놓을 태세다.
민주당은 중간선거 이후 때를 보자는 움직임이다. 브래드 셔먼(민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의 탄핵소추안에 반기를 들었던 데이비드 프라이스(민주. 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하원을 장악할 경우 탄핵에 나설 뜻을 밝혔다.
주요 외신들도 민주당이 11월 23개 이상의 하원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뺏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가 흔들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 역시 탄핵 요구에 불을 당길 수 있는 인물에 해당한다. 외신들은 1심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매너포트가 뮬러 특검에게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과 관련한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가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을 밝혀내더라도 기소를 통한 법적인 대응보다 탄핵이라는 정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미국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뉴스위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불명예보다 사임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미국 정치권에 태풍이 거세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