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2018년 시즌 프로그램 하반기 첫 번째 작품으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선정됐다.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2015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연출가, 극작가,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진새가 각색, 2016년 '베서니, 집'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강량원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사진=남산예술센터]

이 작품은 이야기 속에서 기억 시간 속죄 고통의 문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을 뒤집는다. 고등학교 시절 연인 사이였던 남자와 여자. 남자는 동급생 살인죄로 교도소에 들어가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써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소설 속 내용이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을 눈치챈 여자가 남자를 찾아 재회하고, 남자는 시간을 이전으로 돌릴 방법을 찾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일방향의 시간 개념을 뒤집어 기억이 주는 고통의 무게를 새로이 바라보게 된다.

주인공 남자는 그믐날 자신 속에 들어온 '우주 알'을 받아들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시간을 한 방향으로만 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 고통을 어루만진다. 연극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시간 순서대로도, 사건 순서대로도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한 사람, 즉 남자의 인생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연출가 강량원은 과거로부터 쌓여온 현재가 아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계속되는 현재'를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메소드인 '신체행동연기'를 적극적으로 무대 안으로 가지고 온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나며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강 연출은 "어떤 의미가 도달되게 만드는 연극보다는 말의 의미와 몸의 의미가 부딪히면서 새로운 감각이 만들어지고, 관객 각자의 감각과 경험으로 가져가는 연극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단 동의 작업방식에 대해 뇌과학자 장재키(좋은문화병원 신경과학예술교육원장)는 "배우가 만들어주는 이미지가 의미가 아닌 관객이 관객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경험은 각각의 데이터를 모아 연결시키는 뇌의 활동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시간의 해체라는 소설의 형식과 신체행동연기라는 연극 양식으로 만들어지는 이번 작품은 관객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소설가 장강명, 연출가 강량원, 출연배우와 대화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9월8일 공연 이후) △뇌과학자 장재키, 연출가 강량원이 진행하는 소설 속 과학과 극단 동의 작업방식에 관한 대담(9월9일 공연 이후) △1962년 완공된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뒤를 엿볼 수 있는 극장 투어 프로그램 '어바웃 스테이지'(9월16일) 등으로,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오는 9월4일부터 1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남산예술센터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하반기 시즌 프로그램부터 평일 공연시간을 오후 8시에서 7시30분으로 변경해 운영한다. 여가시간을 공연과 함께 하고자 하는 직장인을 위해 1인 2매까지 20% 할인해주는 직장인 할인도 제공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