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한 사람 때문에 세상은 정화되고 돌아간다.”
김태균 감독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 제작 계기와 연출 주안정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범죄물로 2010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윤석(왼쪽)과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2018.08.28 deepblue@newspim.com |
김 감독은 “암수살인은 실제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 기관이 인지하지 못하는, 유령 같은 사건을 말한다. 저희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암수살인을 소재로 다뤘다. 한국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루는 소재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가을쯤 이야기를 접했다. 감옥에 복역 중인 살인범이 11건의 사건이 더 있다고 형사를 도발하고 형사는 피해자 신원을 밝혀야만 사건을 밝힐 수 있는 힘든 수사에 봉착했더라. 아이러니했고 흥미로웠다. 스핑크스 앞에서 선 오이디푸스도 연상됐다. 무작정 부산에 가서 형사를 만났다. 이 형사, 이 살인범은 누구인지 취재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발전시켰다”고 회상했다.
최종 메시지에 대해서는 “사실 한 형사의 열정과 집념 때문에 시작한 영화다. 주변 만류에도 포기하지 않고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다. 살인범과의 대결에서 이겨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란 마음이었다. 상업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알레고리가 느껴지는 영화가 됐으면, 사회 전반에 투영되고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자리에 함께한 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극중 김윤석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는 형사 김형민을, 주지훈은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를 연기했다.
김윤석은 김형민을 놓고 “제가 형사 역할을 몇 번 했는데 가장 바람직하고 마음에 든 형사였다. 무엇보다 사건 접근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범인이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놓고 수사한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기도 했지만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촬영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친구처럼 들어주고 놀아주고 심지어 영치금도 넣어준다. 누가 보면 오해할 정도로 접근한다. 날카롭고 예민한 형사 모습은 감춰야 했다. 근데 또 달래서 하나 캐내면 틀린 정보다. 형사로서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차가운 이성으로 수사해간다. 그걸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그게 또 이 영화의 유니크한 매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2018.08.28 deepblue@newspim.com |
주지훈은 “김형민이 바람직한 형사라면 바람직한 나쁜 놈”이라고 강태오를 소개하며 “나쁜 놈의 전형이다. 정도 없고 뻔뻔하고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서 움직인다. 또 굉장히 뻔뻔하다. 반성도 없고 뉘우침도 없다.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까 많이 고민했다”고 떠올렸다.
주지훈은 캐릭터 리얼리티를 위해 노메이크업은 물론, 사투리에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는 “사투리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거의 외국어더라. 그래서 촬영 전 몇 달을 배웠다. 제작자로 참여한 곽경택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삭발은 애초에 하기로 했는데 타이밍이 당겨져서 첫 촬영 때 했다. 2시간 정도 회의 끝에 분장차에서 룩과 헤어스타일을 다 바꿨다. 고됐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의 호흡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윤석은 “함께한 후배 중 가장 키가 크다. 하정우, 강동원보다 크다. 최고의 장신 범인을 쫓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주지훈이 한 드라마 ‘마왕’을 기억한다. 연기를 보고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미묘한 어둠과 밝음, 그것을 넘나들 수 있는 배우로는 주지훈이 적역”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이에 주지훈 역시 “내가 홍길동도 아닌데 (김윤석에게는)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거대한 위압감이 있다. 선배 연기를 보면서 자랐고 살면서 스크린에서 압도된 첫 경험도 선배였다. 꼭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거목 같은 버팀목이 돼줬다. 너무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교과서 같은 분”이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주지훈은 “저희 영화가 어떤 관객들에게 극적 긴장감과 재미 충분히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안에 한 번쯤 생각해보고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가을에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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