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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연극의 형식을 깬다"…공공성·동시대성 고민하는 '연출의 판'

기사등록 : 2018-08-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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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선언문에서 시작된 연극의 공공성·동시대성 대한 고민
박해성·남인우·하수민·김지나 연출의 새로운 시도
9월8일부터 10월15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작품을 볼 기회다. 그동안 봤던 연극의 틀을 깨고 새로운 판을 벌인, 국립극단 작품개발 프로젝트 '연출의 판'이다.

'연출의 판' 윤한솔(왼쪽부터),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9월부터 10월까지 '연출의 판'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이에 앞서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간담회를 열고 "연극의 공공성, 동시대성에 대한 논의를 치열하게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연극의 판도를 뒤집는 혁신적인 무대가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출의 판'은 연출가 중심의 실험 극장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지원금을 위한 경쟁과 심사 없이 자유로운 예술 활동이 어려운 연출가들이 솔직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윤한솔 연출을 필두로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등 4명의 동시대 연출가들이 함께한다.

윤한솔 연출은 "신진 연출가 육성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연출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며 "국립극단을 다시 들여다보고 성찰, 비판적 시간을 견지함을 동시에 국립극단의 방향이 어디인지, 연극선언문에 대한 토의에서 시작했다. 국립극단의 공공성, 연극의 동시대성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논의들과 연출가들이 고민하고 천착하고 있는 계획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살펴보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출의 판' 윤한솔 연출 [사진=국립극단]

'연출의 판' 프로젝트는 연출가들 각자가 느끼는 연극의 의미와 고민을 담는다. 여러 이야기에 형식적 실험을 더해 관습적인 연극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윤 연출은 "형식에 대한 실험이 미진한 이유 중 하나는 결과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예측, 위험부담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연출가들에게 실패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본인이 그동안 고민해왔거나 천착해왔지만 형식적으로 풀지 못했던 것에 집중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논의의 결과물로 △응용연극연구소 박해성의 '프로토콜'(9월8~10일) △극단 북새통 남인우의 '가제 317'(9월15~17일)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 하수민의 '아기'(10월5~7일) △이언시 스튜디오 김지나의 '잉그리드, 범람'(10월13~15일)이 차례로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은 '어쩌면 우리가 아는 연극은 연극에 대한 논평과 해석을 통해 만들어진 신화화된 예술일지도 모른다'는 문제설정에서 시작했다. 창작자와 수용자, 창작자와 창작자 사이의 구분을 없앤 작품이다. 일상에서 연극을, 연극에서 일상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는 응용연극연구소의 연구 및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첫 티켓오픈 당시 27분 만에 매진됐다.

박 연출은 "연극이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지고 엄숙해졌다고 생각해서 하나씩 덜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연출 탓이 크다. 연출이 없는 공연을 지향한다"며 "극장도 일상과 떨어진 특별하고 엄숙한 곳이 됐다.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공간을 생각하다가 유튜브를 떠올렸다. 일상으로 연극이 스며들고 찾아가는 맥락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이미 저희 공연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연출의 판'에 참여하는 박해성 연출(왼쪽)과 남인우 연출 [사진=국립극단]

'가제, 317'은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이 남인우 연출에게 준 영향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남 연출은 "연극선언문을 굉장히 좋아하고 지금도 사랑한다. 이것이 실제로 연극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엇이 좋고 불편한지 탐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연극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 멤버들에게 한 모든 습관을 버릴 좋은 기회인 듯하다. 실패해도 된다고 해서 좋았다. 나름대로 모든 형식, 과정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저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국립극단에서 작품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생긴다. 공공성, 동시대성을 탐구한다지만, 어쩔 수 없는 권력 관계, 힘의 문제가 있다. 개인의 변화나 성찰이 없는 상황이 많았다"며 "이번에 중요했던 건 주제적 측면에서 연극의 공공성과 동시대성이다. 개인마다 다 다르다. 이번 공연은 이를 탐구한 내용을 공유하고 보고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 다만 연극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연출의 판'만의 차별점을 짚었다. 

'연출의 판'에 참여하는 하수민 연출과 김지나 연출 [사진=국립극단]

하수민 연출의 '아기(baby)'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기란 허구적 존재가 개인, 사회와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연결됐는지 탐구하는 작품이다. 하 연출은 "동시대성을 고려하며 작업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연극의 공공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작업이 그 고민에 대한 과정이자 중간 단계의 발표"라며 "동시대성은 집단이 아닌 개인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지점에서 접근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도 개인이 되지 않을까 했다. 아기와 지금을 사는 우리가 연결돼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지금 시대의 연극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마지막 김지나 연출의 '잉그리드, 범람'은 불안에 대한 작품이다. 김 연출은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을 의심해보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가 SNS로 소통하고 연습하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프라인에서 연습실에서 연습하지 않는다. 9월 말쯤 연습 과정이 공개될 예정이며 10월이 지난 후에 배우들이 처음 만날 거다. 배우들 또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연습한다. 불안해하면서도 설레한다. 가상의 공감에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중점을 둔 작업"이라고 귀띔했다. 

'연출의 판'은 오는 9월8일부터 10월15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가격은 전석 무료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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