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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는 기부온정②] “올바르고 투명한 기부문화 정착해야”

기사등록 : 2018-09-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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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기부 위축 원인으로 경제불황·기부포비아 꼽아
정부와 기부 단체의 공동 노력 필요
기부 활성화 위해 청소년 교육 강화·사회 투명성 제고 촉구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부 온정'이 얼어붙고 있다. 공동체 정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점차 옅어지고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기부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8일 "기부는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 함께 나아가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사회의 중요한 가치관"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연대감을 가치관으로 공유하는 것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했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교육팀장도 "역사적으로 봤을 때 사회에 필요한 자원들을 정부에서 제공하지 못하면 민간이 나서 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며 "남을 돕는 것은 행복감을 유발하며 이는 우리 사회를 함께 사는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류만희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덕목이자 책무"라며 "우리 사회의 작은 기부가 모이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 기부가 점차 위축되는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을 우선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기부는 선한 마음이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유가 있냐는 것"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은 개인과 기업 모두 이러한 여유를 갖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짚었다.

류 교수도 "우리나라는 다수가 소액을 기부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며 기부 숫자, 금액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영학 사태'로 대변되는 '기부포비아(공포증)'확산과 기부 단체들에 대한 불신 문제도 기부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장 팀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부가 증가 추세였으나 최근 들어 개인 기부의 저변이 줄어들었다"면서 "개인의 사기 사건인 이영학 사태와 권력형 비리 사건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지나치게 기부 단체의 문제로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류 교수 역시 "정기적 기부보다는 일회성 기부가 많은 우리나라의 기부 특성상 이영학 사태 같은 돌발 악재는 기부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부로 삶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기부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부 단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 팀장은 "정부가 기부 단체들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일괄적으로 제재할 것이 아니라 영세하거나 어려운 단체를 선별해 맞춤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현재 공익 단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140개가 넘는데, 이를 하나로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단체와 기부자 사이에 얼마나 의사소통이 잘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냐는 것"이라며 "기관들은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국제공인모금전문가)도 "기부 기관들이 기부금을 모금하는 데 있어서 전문성, 윤리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된 교육과 자격취득을 통해 단체의 역량을 키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기부의 중요성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제고해 올바른 기부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추세"라며 "마찬가지로 나의 기부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건강하게 만드는 지를 청소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우리나라는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개인과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어릴 때부터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부 기관이 모금과정에서 윤리성, 투명성, 책무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관에만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를 해결하고 투명성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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