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정부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사건과 지난해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북한 해커를 기소하고 제재를 단행한 가운데, 기소 사실을 발표한 시점이 북미협상이 교착된 시점과 맞물려 대북 압박용 카드로 꺼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법무부는 6일(현지시간)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방글라데시 계정 해킹을 통한 8100만달러 절도, 지난해 랜섬웨어 공격 등의 혐의로 박진혁(34)이라는 북한 해커를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2016년 해킹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절도 중 가장 큰 규모로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초 기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며칠 전인 6월 8일에 이뤄졌으나, 이번 주에야 기소 사실이 발표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법무부 측은 왜 3개월 동안 기소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고, 사안이 ‘극대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정했다고만 답했다.
최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을 앞둔 시기에 기소 사실을 발표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비건 특별대표는 오는 10~15일 3개국을 방문하지만, 북한 방문 계획은 없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박진혁은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자 북한의 위장회사인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으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북한과 중국 등에서 다른 북한 해커들과 글로벌 무대에서 해킹 활동을 펼쳤다. 박진혁은 중국에 거주하다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직후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미 법무부의 기소와 함께 재무부는 박진혁과 조선 엑스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소니픽처스는 해킹으로 수천 건의 내부 이메일이 공개된 여파로 북한 지도자의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극장에서 내렸다.
법무부는 북한 해커들이 ‘인터뷰’를 상영할 계획이던 AMC시어터스도 공격해, AMC 직원들에게 복잡한 스피어피싱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중국, 이란, 러시아 해커들을 대상으로도 기소한 적이 있으나 해커들이 대부분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실제 처벌 가능성은 없다. 이들을 기소하는 목적은 해커들의 신원을 공개해 해킹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관료들은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리는 북미 간 정식 외교관계가 없어 박진혁 송환 등을 위한 정식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위급 관료들은 북한의 해킹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인정하며, 북한은 이미 최대한의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해킹 사실을 공개해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국가안보국 소속 해커인 블레이크 다쉬는 “기소 사실이 흥미롭긴 하지만 효과가 없다.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인터뷰’ 상영이 중단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외국 해커들의 공격이 미국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독재자가 미국에서 검열을 하는 사회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해킹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이제 비트코인 절도 등 첨단 해킹 기술을 갖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백악관은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40만개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은행과 병원 등 공공기관의 마비 상태를 초래한 워너크라이 해킹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지난해에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가 북한 정권을 위해 일하는 해커들이 미국 언론, 항공우주 시설, 금융기관 등을 노리고 있다는 경고를 발동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4년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적의 박진혁(34)을 기소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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