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전세계의 시선이 미국의 2000억달러 규모 대중 관세 발표에 집중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등하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267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강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날 공청회가 마무리되는 직후 3차 관세가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과감하게 관세를 시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잠재 리스크를 강력하게 경고한 데다 2000억달러짜리 관세의 후폭풍이 앞서 두 차례의 매파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이라는 월가의 경고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267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중국과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렸다’라는 전제를 붙여 강경책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취했다.
그는 또 “어느 정도까지는 관세 시행 여부가 중국에 달렸다”라고도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를 예고한대로 전격 시행할 것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라졌다는 것이 외신들의 판단이다.
이에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커들로 위원장은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청회에 대한 정책자들의 의견을 검토하기 전까지 200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별도로 CNBC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중국과 몇 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측이 미국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에 달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3차 관세를 전면 백지화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다만, 시장은 고심하는 그의 표정에서 한 발 양보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 시행이 쉽지 않은 것은 각계에서 쏟아낸 경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청문회 과정에 미국 경영자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보고서가 5914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를 도입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무역 마찰이 악화될 경우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상공인이 부지기수다.
경고의 목소리는 월가에서도 나왔다. 5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 전면전에도 미국 경제가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2000억달러짜리 관세가 시행될 때 얘기는 달라진다는 주장이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2000억달러의 수입품 리스트 가운데 소비재가 780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500억달러 품목 가운데 비중인 3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미국 실물경기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산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행보에 따라 명암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가 도입될 경우 뉴욕증시와 곡물, 중국 IT 섹터 및 위안화 등 자산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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