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없었고 대신 한반도기와 꽃, 풍선이 행사를 장식했다고 로이터통신, AFP통신, 교도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9.9절 열병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이터통신 측은 수만명의 군대와 탱크 행렬이 광장을 지났고 수많은 관중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례와 함께 행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특히 과거 열병식 때와 달리 ICBM은 전시되지 않았다. 국경일을 기념하기 위한 핵실험도 없었다. 열병식에 참석한 AFP통신 기자는 군대와 대포, 탱크는 보였지만 ICBM은 보이지 않았다고 알렸다. 교도통신 역시 ICBM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이 공휴일을 군사력과 최신 미사일 기술 발전을 과시하기 위한 장으로 사용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 9.9절 열병식은 조금 달랐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후 처음 있는 군사 행사라며 김 위원장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ICBM을 열병식에서 제외시킨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8일 '건군' 70주년 맞이 열병식에서 북한은 '화성-14'와 '화성-15'형 등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공개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반도기를 흔드는 북한 주민들이 보였다며 올해 9.9절 기념 행사의 주제가 "한반도 통일"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과 김(金) 씨 일가에 대한 찬양이 일색했던 신문에서도 한반도 통일이 언급됐다. 북한 노동신문의 한 사설에는 "모든 조선인들은 우리 세대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통일만이 조선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썼다.
북한을 방문한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리잔수(栗戰書) 상무위원장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도 열병식을 참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리 상무위원장에게 웃으며 손을 잡고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어떤 공식 발언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과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 9.9절 열병식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외신 기자들을 초대해 열병식 등 각종 행사를 취재를 허가했다. 약 140명의 취재진이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비핵화 대화는 정상회담 이후 줄곧 정체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비핵화, 후(后) 제재 완화'를 제안한 반면, 북한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안전 보장과 평화 협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와의 회담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약속을 되풀이했고 핵·미사일 개발 대신 국가 경제 강화를 목표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김 위원장은 약속했다.
북한은 9월 남북정상회담과 더불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전날 김 위원장에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RIA)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에 푸틴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됐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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