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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 8월 한 달 글로벌 증시는 0.6% 오르며 지난 1월 이후 최고의 월간 성적표를 내밀었던 7월보다는 미진한 성과를 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 등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상승분을 갉아먹은 탓이다. MSCI 신흥시장지수는 지난 8월 2.9% 하락하며 연초 대비 9%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로 타격을 받았던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하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개정 협상 타결 기대감에 1.4%의 월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기 개선과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촉발된 미국 증시 선호 현상은 나프타 재료와 맞물리며 미국 다우지수를 지난달 2.2% 들어 올렸다. 유럽 증시는 터키와 미국 갈등 악재에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2.4% 하락했다.
이달 글로벌 증시가 경기 개선과 기업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리 상승을 비롯한 무역 갈등에 대한 걱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스의 폴 오코너 멀티 애셋 부분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현재 여러 상충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몇 개월간 시장은 불안한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이 전 세계 주식 전략가와 브로커 300여명을 상대로 지난달 17~30일 벌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세는 작년보다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초 낙폭을 회복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요 주가지수 중 약 절반에 대한 전망은 지난 3개월 전 설문과 비교해 누그러졌다.
◆ 美, 실적 증가세 둔화 예상…"무역악재+감세효과 소멸"
올해 연말 미국 증시는 기업 순이익 성장세 둔화와 무역 갈등으로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전략가 5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올 연말 S&P500지수는 2909포인트를 기록할 전망이다. 9%의 연간 상승률을 예상한 것이지만 지난달 종가 2091.52포인트와 별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2만6563포인트로 지난달 종가보다 2.3% 상승이 예상(25명 전략가 대상)됐다.
유럽과 중국을 상대로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미국 경기와 기업 실적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감세 효과가 소멸돼 실적 증가세가 가파르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내년 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치 23.3%와 지난 2분기 24.9%, 1분기 26.6%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또 최근 S&P500지수가 지난 1월 고점을 깨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중간선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BNY멜론웰스매니지먼트의 레오 그로호우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지수가 현 레벨 또는 근처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것을 봐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감면 조치로 기업 설비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던 월가 전략가들은 무역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행정부의 정책으로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퍼스털링캐피탈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핍스는 "당초 설비 투자를 위해 배정됐던 자금이 바이백(자사주 매입)' 명목으로 전용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많은 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설비투자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유럽, 무역 불확실성 부담…실적 신뢰는 '여전'
유럽 증시에 대한 낙관론도 수그러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소폭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지난 1월 고점은 넘어서기 힘들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브로커와 펀드매니저 분석가 30명에게 설문한 결과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올해 연말 400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말보다 4.6%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1월 고점 403.7포인트에는 못 미친다. 지난 5월 설문 당시 406포인트보다 낙관 정도가 줄었다.
전 세계 유명 수출 기업 다수가 유럽 시장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무역 불확실성은 유럽 증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넵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다우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투자자가 연초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어젠다에 대해 감세만 선호하고 다른 문제는 무시하는 등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무역전쟁이 시작하고 시장이 현실을 자각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략가들의 유럽 증시를 향한 기대감은 줄었지만 유럽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대한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기업들에 혜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유럽 기업을 더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유로스톡스지수의 주당순이익이 재정위기 전 고점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실적 증가세가 아직 정점을 치려면 멀었다고 주장했다.
알파트러스트의 디미뉴션스 스테파노파울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 주기에서 유럽연합(EU)의 현 위치와 견실한 수요, 유로화 약세, 내년 하반기까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은)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 신흥국, 투심회복에 시간 걸릴 듯…印은 신고점 전망
신흥 시장의 경우 투심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됐다. 설문 응답자 54명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28명이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를 다시 선호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23명은 3~12개월을 예상했고, 3명만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센섹스지수는 고평가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연말 신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들어 이 지수는 14% 상승했다. 브라질 증시는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으로 상승세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BNY멜론웰스매니지먼트의 레오 그로호우스키 CIO는 "신흥시장 주식이 일부 역사적 지표로 봤을 때 저렴해 보이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비중축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