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부는 대출, 세금을 비롯한 수요 억제책만 쏟아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주택공급 확대책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예상됐던 수준에 그칠 경우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 보유세 최대 3% 인상 유력..공급 확대책도 추진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주 발표할 대책 중에는 보유세 강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내는 보유세 중 대표적인 것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정부는 초고가주택과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최대 3% 수준의 보유세를 부과하고 공시지가도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 기준으로는 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가 활용된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서울 집값 급등 지역의 가격상승분을 내년 공시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토지에 공개념을 도입해서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1주택자 양도세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 25개구를 비롯한 전국 43개 조정대상지역에서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먼저 취득한 주택을 3년 안에 팔면 되지만 앞으로는 2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대출 규제도 강화될 예정이다. 우선 부동산임대업자에게 적용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카드론을 비롯한 전체 부채를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기준을 종전 10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서울 근교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 공급을 대규모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한 정부는 서울 시내와 수도권 지역에서 공공택지로 활용할 땅을 물색하고 있다.
이 밖에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역세권에 공급이 소규모 증가할 수 있도록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서 도심 소규모 정비사업 규제를 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집값 안정 효과 없다..공급 단기 해결 안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서울 집값 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 부족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데다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주택 공급을 늘린다 해도 지금 당장 집이 쏟아져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높아져 있기 때문에 이 심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집값 상승세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집값 매수세는 광풍과도 비슷해서 이를 잠재울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급 부족이 원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만한 입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진단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 팀장은 "공급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많다"며 "정부에서 발표할 공급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택지개발 지역은 서울과 가까운 곳이 거의 없고 외곽에 있거나 미분양인 지역이 많다"며 "(그런 지역은) 공급을 한다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며 서울 부동산 시장에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대규모 공급을 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서 그게 포함이 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가 장기적으로는 답인데 그러면 집값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부가 서울을 대체할 만한 입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 내부에 보존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하고 서울 주변 및 경기도에 있는 일부 그린벨트 중에서도 공급 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이 좀더 안정화되면 재개발·재건축으로도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장 충격 주려면 파격적 대책 내놓아야"
지금까지 나온 집값 안정화 대책이 큰 효과가 없었던 만큼 시장에 충격을 주려면 예상치 못했던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올해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는 학습효과가 (시장에) 생겼다"며 "정부에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부동산 강세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은 "종부세나 대출 규제는 이미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꺾기는 어렵다"며 "관건은 종부세 강화 강도와 공급 확대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오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책이 지금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선에서 나온다면 집값 상승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이전에 발표했던 정책을 여러 번 번복했고 다주택자 규제처럼 주택 공급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정책을 내놓아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진단이다.
안명숙 부장은 "수도권 택지개발 후보지가 유출된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며 "택지개발 관련 정보는 주변 땅값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지금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사람들이 앞뒤 안 가리고 집을 사려 하는 것도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고 이들이 공급을 줄이면 집값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서 정책적으로 실기(失期)한 것 같다"며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이나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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