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은 긴급 투입된 현장에서 인질범이 모두 사망하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로부터 10일 후,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현빈)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하채윤을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다. 이유, 목적, 조건도 없이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 하채윤은 제한시간 12시간 이내에 그를 멈추고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일생일대 협상을 시작한다.
영화 '협상'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 ‘협상’은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 ‘공조’(2017) 등을 만든 JK필름의 20번째 영화다. 그간의 영화들이 그러했듯 ‘협상’ 역시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JK표 특유의 감동과 재미가 깔렸다. 대중적 감성에 국내 관객이 열광하는 해피엔딩, 거기에 가미된 적당한 서스펜스까지, JK필름이 보장해주는 미덕들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둔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흥미로운 전개 방식이다. 인질범과 협상가는 한정된 시간 동안 모니터만 사이에 둔 채 팽팽하게 맞선다. 쉽지 않은 조건에서 스토리를 풀어내며 긴장감을 만드는 이종석 감독의 연출력도 꽤 안정적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초반부터 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재미가 반감되는 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민태구의 요청이 구체화되면서 정관계 인사가 유착된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고 영화는 우리가 수없이 봐왔던 이야기로 바뀐다. 주인공의 가슴 아픈 가족사와 억울한 죽음도 빠질 수 없다. 가장 아쉬운 건 이 과정에서 최악의 인질범은 영웅처럼 묘사되고 최고의 협상가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화 '협상'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이 영화에는 손예진과 현빈이란 히든카드가 있다. 두 배우는 폭발적인 열연으로 느슨해진 긴장감을 다시 조이고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다양한 표정, 눈빛으로 상황과 내면을 설명하는 손예진, 인상적인 연기 변신을 꾀한 현빈이 영화의 아쉬운 지점을 채워낸다. 때로는 적군이, 때로는 아군이 돼 주고받는 묘한 호흡도 지루함을 덜어내는 관전 포인트다. 오는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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