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청년 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빠졌다. 청년뿐 아니라 30~50대 실업자도 지난달 급증했다.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 규모도 두달 연속 5000명을 밑돌았다. 고용 지표만 보면 현재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
정부는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고용 부진과 도소매업 부진을 고용 지표 악화 주범으로 꼽는다. 하지만 업종으로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업, 직업별로 보면 서비스·판매 종사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지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줬음을 보여준다.
◆ 청년실업률·실업자 외환위기 이후 최악…8월 취업자 3000명 증가 그쳐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자는 40만8000명으로 지난해 8월(38만3000명)과 비교해 2만5000명 증가했다.
8월 청년 실업률은 10.0%다. 8월만 놓고 보면 1998년(10.7%) 이후 가장 높다.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 또한 8월 기준으로 지난 2015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23.0%를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8.08.29 yooksa@newspim.com |
같은 기간 청년층 이외 30~50대 실업자도 급증했다. 30대 실업자는 18만8000명에서 21만5000명으로 2만6000명 증가했다. 40대와 50대 실업자도 각각 4만3000명(14만3000명→18만6000명), 3만6000명(15만6000명→19만2000명) 늘었다.
지난달 실업자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3만4000명 증가했다. 8월만 보면 1999년(136만4000명) 이후 최악이다.
실업자와 취업자는 동전 양면이다. 생산가능인구 안에서 실업자가 빠르게 늘면 취업자는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1만명) 이후 가장 안 좋은 성적표다.
◆ 정부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고용 부진"…최저임금 거론 피해
취업자가 빠르게 늘지 않는 배경에는 먼저 정부 설명대로 구조조정 여파가 있다. 자동차 및 조선업 등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10만5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도소매업 및 숙박음식업(-12만3000명)과 사업시설관리 등 업종(-11만7000명) 취업자 감소로 이어졌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자동차 판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도소매업 및 숙박 음식업은 과당 경쟁,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체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8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
◆ 최저임금 인상 민감한 서비스·판매종사자 급감…"속도 조절 필요"
정부는 고용 지표를 설명하면서 최저임금은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안 좋은 쪽으로 영향을 준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예컨대 직업 별로 뜯어보면 서비스·판매종사자 급감이다. 지난달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전년동월대비 11만3000명 감소했다.
한국표준 직업분류에 따라 서비스업은 운송 및 여가 서비스직,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이 들어간다. 또 영업직과 매장 판매 및 상품 대여직, 통신 및 노점 판매 관련직은 판매종사자에 포함된다. 쉽게 말해 간병인과 조리사, 음식 서빙 직원, 매장 계산원 등 최저임금과 경기에 민감한 직업 분야 취업자가 감소했다는 얘기다.
통계청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공교롭게도 서비스 종사자는 많은 부분 숙박·음식점업과 연관돼 있고 판매종사자는 도·소매업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고용 지표는 물론 인구구조 변화 영향을 받지만 최근 유례없는 고용 지표 악화는 인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문이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판단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및 업종별 차등 적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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