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전일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과 관련, “비용추계서에 내년 예상비용만 담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12일 지적했다.
강석호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정추계가 아니므로 남북관계 발전법 제21조 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사진=강석호 의원실> |
강 위원장은 이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 같지만 향후 판문점선언 이행을 계속 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의 판문점 선언 비용추계서는 그간 정부·민간기관이 추산한 금액과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지난 6월 한반도 통일 후 북한 경제를 정상화시키는데 필요한 비용이 631억달러(약 70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북한 인프라 투자규모를 112조원으로 예측했다.
강 위원장은 또한 비핵화 주체의 모호성도 지적했다. “정부는 비준동의안 주요내용에서 ‘가’항부터 ‘아’항까지 판문점 선언의 비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기술했지만, 유독 비핵화를 기술한 ‘아’항에서는 ‘남과 북’이라는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단 한 번도 육성으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을 입증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청와대가 제출한 비준동의안은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법률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헌법 제3조 영토 조항과 제60조 1항에 위배된다”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보더라도 구체적인 비용추계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비준 동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4·27 남북정상회담, 5·26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이후 이행조치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가 세밀한 논의 없이 비준에 동의하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약속 불이행에 명분을 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위원장은 “국회예산정책처에 판문점선언에 따른 비용추계를 별도로 의뢰했다”며 “정부의 비용추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추후 다시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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