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으로 ‘소방수’ 역할을 했던 벤 버냉키가 위기를 촉발한 제1 원인은 월가의 패닉이라며, 부동산 시장 붕괴는 두 번째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냉키 전 의장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금융위기 10주년 재조명 논문에서 월가가 공포에 사로잡혀 서둘러 돈을 회수하지만 않았어도 초기 단계에서 금융위기가 그처럼 극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과 금융당국들이 2007~2009년 월가 은행들을 구제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혈세를 쓴 것이 아니냐, 또한 부동산 시장 붕괴 조짐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지 못한 태만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는 가운데, 월가의 패닉을 잠재우는 데 집중했던 당시의 전략이 정당했음을 옹호한 것이다.
버냉키는 논문에서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세의 급격한 둔화와 실업률 급등을 초래한 한 가지 원인을 주택가격 급락 및 가계지출 위축과 동반된 급격한 대출 감소로 꼽으면서도, 다른 원인은 금융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이라고 지적했다. 즉, 주택담보부대출에 따른 손실에 겁먹은 월가가 패닉에 빠지자, 신용시장에서 공급이 크게 줄어 ‘파괴적인 신용 붕괴’가 초래돼 극심한 경기침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두가지 원인에 각기 다른 정책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택 대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면 주택시장 안정화와 부실 주택대출 퇴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월가의 패닉이 가장 큰 원인이었기 때문에 대출 수요를 진작시키기보다 대출 공급이 늘어나도록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월가에 큰돈을 쏟아 부은 이유를 설명했다.
연준의 월가 은행 살리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준과 부시 및 오바마 행정부들이 자신들의 탐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대형 은행들을 회생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는 15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10주년이 도래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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