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법원의 관료적인 문화와 폐쇄적인 행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올린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한 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06.05 leehs@newspim.com |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구조 개편을 위해 크게 △법관 관료화 요소 제거 △사법행정구조 개방성 확보 △법관 책임성 강화를 위한 구조적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우선 사법농단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사법행정회의(가칭)를 신설해 사법행정 권한을 부여한다. 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된다.
김 원장은 “법관을 관료화시키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법관이 우리 주권자들의 뜻에 따라 독립된 재판기관으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현안에서 문제된 일들은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 2019년 정기인사를 통해 행정처 상근법관의 1/3 정도를 줄이고 임기 중 법원사무처의 비법관화를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법관들 간 계층구조를 형성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판사의 구분 이외에 법관들 간 계층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관인사제도의 이원화를 완성하는 한편 내년부터 당장, 사실상 차관 대우의 직급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으로 사법행정구조의 개방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접근과 참여를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주요 사법정책을 결정하는 사법행정회의(가칭)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도록 해 국민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법관 임용 방식에 투명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법관 구성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누구라도 임의어 검색 등을 통해 전국 법원의 판결서를 열람할 수 있는 ‘통합 검색‧열람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법관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구조적인 방안도 마련된다. 그는 “이와 관련한 최우선적 조치로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즉시 윤리감사관을 외부 개방형 직위로 임용해 법원행정처로부터 분리한 후 성역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김 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한 이같은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별도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원행정처가 아닌 외부 인사와 법관대표들이 참여토록 하고 신속한 실무적 제반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그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법원 내‧외부 신망 있는 인사들을 추천받아 대법원장 직속 실무추진기구로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을 구성하고자 한다”며 “외부 법률가 4인과 법관 3인으로 구성될 것이며 법원행정처는 운영지원 등 역할만 수행할 것”이라 설명했다.
추진단은 오는 10월까지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한 내용 중 사법행정회의(가칭) 신설과 법원행정처 폐지 및 대법원 사무국 신설 등에 관한 방안을 구체화하고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마련해 대법원장에 건의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근본적 개혁은 사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고 사법발전위원회의 건의 내용이 사법부 개혁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향후 상고심제도 개선, 전관예우 논란이 계속되는 재판제도의 투명성 확보방안 등 근본적인 사법부 개혁조치에 대해 입법부와 행정부 및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개혁기구 구성 방안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새로운 길은 두렵기 마련이고 그 두려움은 때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거나 초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면 그 두려움과 불안감을 극복하고 우리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서 함께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며 “사법부 변화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서 각별하고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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