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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다 콘크리트에 발이 ‘푹’...안전불감 도로공사

기사등록 : 2018-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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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삼전역 일대, 1년간 지하철9호선 도로공사
소음·분진·침수·곡예보행...인근 주민 ‘사중고’ 신음
보행통제 없이 콘크리트 들이 부어...아이들 안전위협
자치구 "관할 아니다"...서울시 "미흡했던 점 양해 부탁"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A(여·25)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버스정류장 가는 길이 온통 공사로 난장판이라 1년 가까이 스트레스가 쌓인 탓이다. 인도 대부분이 흙투성이어서 아침마다 먼지를 뒤집어쓰는 게 다반사다. 소음으로 고막도 멍멍하다.

보도블록 곳곳이 깨져 구두라도 신은 날은 발목이 꺾이기 일쑤다. 매번 신경쓰며 걷느라 툭하면 다리가 욱신욱신 쑤신다. 안전선이 없어 공사 자재를 피하려면 아찔한 ‘곡예보행’을 해야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삼전동 일대 도로공사 때문에 주민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로 인한 불편은 으레 감수해야하는 일이지만 기본 안전을 위한 인력, 시설물 배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시공업체에 대한 당국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소재 잠실우성4차현대아파트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출근시간대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독자제보]

◆보행통제 시설물·표지판 부족...아이들이 흙바닥 뛰어가

지난 19일 오후 퇴근 시간대. 지하철 9호선 삼전역(개통 예정) 인근 상황은 듣던 것보다 심각했다. 군데군데 인도가 파여있었고, 안전선이나 라바콘(고깔 모양 시선유도봉)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안내표지판도 드물었다.

5~8세 아이들이 널브러진 벽돌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통행이 워낙 불편해 자전거가 지나가려면 그야말로 묘기를 부려야할 정도다.

횡단보도 옆에는 공사자재가 수북이 쌓여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철근더미 옆에서 신호를 기다렸는데 한눈에도 위험해보였다. 횡단보도 옆은 U턴 장소다. 차로와의 경계가 애매해 보행자 바로 옆으로 차가 지나다녔다. 이날 교복을 입고 귀가하던 B(17)양은 “봄부터 이랬다”며 “늘 옆으로 비켜가거나 밟지 않게 조심하며 지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적반하장' 사례도 있다. 인근 주민인 C씨는 “얼마 전에 굳지 않은 콘크리트에 발이 빠졌는데 공사 인부가 ‘왜 밟았냐’고 하더라”면서 “상식적으로 신발 자국 났다고 화낼게 아니라 그 전에 바리케이트를 쳐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더 큰 문제는 비가 내릴 때다. A씨에 따르면 이 일대는 우천시 ‘물 재앙’이 시작된다. 차도의 아스팔트 높이가 배수구보다 낮은 탓에 도로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된다. 고인 물 위로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면 행인들이 튀는 물로 폭탄을 맞는다. 좀더 꼼꼼한 복원 공사가 이뤄져야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서울 송파구 지하철 9호선 삼전역(개통예정) 인근 공사 현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흙바닥을 지나가고 있다. 2018.09.19 [사진=박진범 기자]

◆지하철 공사 늦어져 불편 발생...서울시 "미흡한 점 양해바란다"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이유는 2010년 1월부터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인 까닭이다. 기존 9호선 종점이었던 종합운동장역에서 삼전역, 석촌역, 송파나루역, 한성백제역 등이 연장·추가 개통된다. 지하를 뚫는 공사가 마무리되고 지하철역을 만드는 후반 작업이 이어져 지상 도로가 공사판이 된 것이다.  

이에 관해 자치구는 관할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시공은 모두 서울시 담당”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주민 불편을 끼친 점을 인정하며 거듭 양해를 부탁했다. 한 담당자는 "해당 문제로 민원을 여러 번 받았다"며 "통행 불편을 최소화한다고 노력은 했는데 미흡했던 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완공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보도블록만 까는 공사면 두세 달이면 끝나는데 보도 정비시 유관기관 협의 등으로 늦어졌다"며 "올해는 심각한 폭염이랑 우천 때문에 공사가 몇 번 중단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 10월말 완료될 것이다"며 "항상 양해를 구하고 있고, 향후에는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9호선 연장 공사는 12월 말 준공될 예정이다.

차도 높이가 빗물 배수구보다 낮다. 2018.09.19 [사진=박진범 기자]

 

서울 송파구 지하철 9호선 삼전역(개통예정) 인근 인도 모습. 2018.09.19 [사진=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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