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대법원 기밀 자료를 무단반출한 뒤 파기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9.12 kilroy023@newspim.com |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께 유 전 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면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허 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의자가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는 당해 사건과 그 관련사건의 진행경과 등 일반적 사항 외에 구체적 검토보고 내용과 같은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 내부지침상 사건의 절차진행에 관한 정보의 제공도 금지되어 있기는 하나 비밀유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항은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피의자의 문건 작성 지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지시행위에 청와대 관심사항에 도움을 제공하려는 부당한 목적이 개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유 전 연구관은 법원을 떠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비롯해 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파일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하거나 출력된 문서 형식으로 가지고 나온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허 판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 혐의가 인정되려면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물의 ‘원본’을 의미한다”며 “재판연구관보고서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보고서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하는 것이 위 시스템에 남아 있는 전자기록물 원본을 유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USB에 저장된 보고서 파일을 전달받을 당시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가 해당 출력물이 법원기록물 관리규칙에 따라 관리되는 기록물에 해당하는 것이라 인정할 아무런 소명이 없는 점을 그 사유로 들었다.
법원 재직 당시 취득한 보고서 등 파일 및 인쇄용지로 출력한 서류를 가지고 나왔다는 절도 혐의와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법리상 의문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출한 문건들을 파기하지 않겠다고 검찰에 서약한 뒤 해당 문건들을 파기한 점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하므로 위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근무 당시 자신이 담당하던 사건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수임했다는 변호사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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