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추석 명절을 맞아 중국의 웨빙(月餅, 월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인들은 ‘중추절(中秋節)’이 되면 월병이라는 떡모양의 과자 선물을 주고 받는다.
월병은 우리말로 ‘달 모양의 떡’이라는 뜻이다. 달 모양처럼 둥근 빵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구운 과자다. 무엇이든 넣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월병에는 매화꽃 견과류 대추 팥 장미꽃 소시지 검은깨 달걀노른자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맛과 재료 등에서 전통적인 월병을 뛰어넘는 다양한 월병이 출시되고 있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中秋節)’이 되면 중국인은 웨빙(月餅, 월병)을 서로 선물하고 가족과 나눠 먹는다 [사진=바이두] |
◆ 월병으로 딱딱한 기업 이미지를 친숙하게, 월병 판매하는 기업들
마트나 시장, 전문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자체 월병을 판매하는 카페 식당이 증가하고 있다.
하겐다즈와 스타벅스는 이미 몇 년째 중추절 특수를 겨냥한 월병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하겐다즈는 세계 각국 13명의 예술계 대가와 협력, 프리미엄 월병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사진=바이두] |
올해 하겐다즈는 세계 각국 13명의 예술계 대가와 협력, 50여 개 예술 작품을 활용한 프리미엄 월병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경제 매체 제몐(界面)은 “예술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프리미엄 월병이 중국 내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하겐다즈는 티몰(Tmall, 天貓)과 손잡고 ‘영하 18도 무인 월병 아이스크림 ATM’을 선보였다. 소비자의 간편한 구매를 위해 제작된 ATM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우한(武漢) 청두(成都) 등 주요 도시의 하겐다즈 매장에 설치돼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월병+프리미엄’ 마케팅이 큰 효과를 발휘하면서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도 월병을 이용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에르메스 티파니앤코 디올 월병 [사진=바이두] |
중국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올해 샤넬 디올 루이비통 에르메스 돌체앤가바나 티파니앤코 등 명품 브랜드가 자체 월병을 내놓았다. 에르메스 샤넬 등은 월병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문양 혹은 로고를 새겨 포인트를 줬다. 티파니앤코는 대표색 티파니 블루를 이용해 박스를 꾸몄다.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중국 네티즌은 “월병 다 먹고 주얼리 보관함으로 쓰면 되겠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명품 브랜드의 월병은 대부분 판매용이 아닌 VIP 증정용으로 제작됐다.
또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천지순허뉴러우훠궈(陳記順和牛肉火鍋店)도 최근 월병 판매를 시작했다. 주력상품은 ‘매운 고기 맛’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소고기 훠궈를 연상시킨다.
중국 대표 밀크티 브랜드 희차 러러차 나이쉐더차 등도 잇따라 월병을 출시했다.
밀크티 브랜드 희차가 출시한 월병 [사진=바이두] |
‘6시간 기다려 마시는 밀크티’ 희차(喜茶, HEYTEA)는 올해 처음으로 6가지 맛 월병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을 출시했다. 희차 시그니처 음료인 즈스나이가이(芝士奶蓋)에 올라가는 크림치즈를 넣은 월병부터 코코넛 맛 월병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해 처음 출시해 큰 인기를 끌은 나이쉐더차(奈雪の茶)도 월병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말차 맛’ ‘커스터드 크림+찹쌀떡 맛’ 등으로 구성된 3종류의 세트를 준비했다.
알리바바(阿裏巴巴)가 만든 온∙오프라인 통합형 신선식품 마트 허마셴성(盒馬鮮生)도 자체적으로 월병을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Tencent, 騰訊) 넷이즈(NetEase, 網易) 바이두(百度) 징둥(京東) 등 IT 업계 기업도 월병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월병을 생산하기 위해선 관련 인증서가 필요한 만큼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마트에 납품하는 공장에 기업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혹은 맛의 월병을 발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단펑(朱丹蓬) 중국식품산업 분석가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월병이 아니다”며 “단순히 월병을 ‘먹는’ 행위에만 의미를 두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병도 트렌드가 됐다”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업도 월병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 ‘트렌드 못 쫓아가면 도태’ 전통 고집하던 라오쯔하오도 변화 나서
‘전통’ ‘문화’로 여겨지던 월병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브랜드)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광저우주지아(廣州酒家)는 광저우(廣州)시를 대표하는 식당이자 유명 월병 제조사다. 희차가 올해 내놓은 월병도 광저우주지아 공장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시장에도 진출, 매년 800만 상자 이상의 월병을 판매하는 ‘독점’ 브랜드다.
'월병 라오쯔하오' 광저우주지아(廣州酒家)가 1만 상자 한정 월병을 출시했다 [사진=바이두] |
올해 광저우주지아는 유명 예술가와 협업해 1만 상자 한정판인 다스수제월병(大師手制月餅)을 출시했다. 겉부분을 기계로 찍어내는 일반 월병과 달리 해당 제품은 예술가가 일일이 모양을 새겼다. 관계자는 “전통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맛 향 모양,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를 융합한 신유통(新零售) 전략을 전개했다. 광저우주지아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훙바오(紅包 온라인 세뱃돈) ▲만젠(滿減, 일정 액수 이상의 상품 구입시 명시된 만큼 할인하는 행사) 등 이벤트를 실시했다.
업계 전문가는 “마트 등을 통해 유통하던 과거와 달리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주지아는 개인 소비자를 위해 대형 월병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신화왕(新華網)은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과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라오쯔하오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협력도 도모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상산업연구원(中商產業研究院)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병 판매 시장 규모는 146억 위안(약 2조4000억 원)을 기록, 8%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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