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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에 딴지 걸 때 아니다...알고 보면 최고 무역 파트너” - WP

기사등록 : 2018-09-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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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4조달러에 달하는 양국 간 무역관계, 트럼프 주장과 달리 실질적으로 거의 동등해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합의를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위협 카드를 자꾸 꺼내들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캐나다야말로 미국에 최고의 무역 파트너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 유세 연설에서 “캐나다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자동차 관세로 캐나다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 들으면 자동차 산업에서 캐나다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양국의 자동차 부품 생산 및 조립 과정을 들여다보면 자동차 관련 무역에 있어서 캐나다만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WP는 설명했다.

완성품 자동차의 경우 캐나다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규모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완성되는 자동차는 미국에서 수입해 온 엔진과 차체, 부품으로 조립된다. 이러한 실상을 모두 반영하면 자동차 부문에서 양국 간 무역수지는 99센트 대 1달러로 거의 균형을 이룬다.

또한 총 4조달러에 달하는 양국 간 무역관계도 거의 균형이 잡혀있다. 미국이 캐나다로부터 1달러어치를 수입하면 캐나다에 94센트어치를 수출하는 수준이다. 캐나다 외 무역파트너의 경우 미국이 1달러를 수입하면 62센트를 수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무역 패턴이 상이한 이유로서 양국의 산업 및 인구 특징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양국이 국토 면적은 비슷하지만 캐나다의 인구는 미국의 9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캘리포니아 인구보다도 적다. 따라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닌 캐나다는 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반면, 광범위한 소비재나 완제품을 만드는 특수기계와 설비 등은 많이 생산하지 않아 주로 수입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인 캐나다가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을 노리고 위스콘신의 유제품, 켄터키의 위스키, 펜실베이니아의 초콜릿, 플로리다의 오렌지주스 등 소비재에도 보복 관세를 물렸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회담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상대로 자동차 관세전을 벌이면 미국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소비재 산업이 아니라 기계 생산 근로자들이다. 지난해 미국은 790억달러 규모의 생산설비를 캐나다에 수출했다. 농업·광업·제조업 기계와 컴퓨터 및 통신 기기를 망라하는 이 부문에서 미국은 36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올렸다.

미 산업트럭협회의 브라이언 프리한 회장은 “나프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미국 제조업체들은 북미 외 기업들에게 영원히 밀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전역의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예를 들어, 캐나다로 수출되는 지게차를 만들기 위해 바퀴는 위스콘신에서, 지게는 오하이오에서, 차체는 켄터키에서, 전송장치는 인디애나에서, 오일 펌프는 일리노이에서, 좌석은 미시건에서, 승강 실린더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수한다. 부품업체들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캐나다 조립공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렉서스 공장에서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 위치한 도요타 공장에서 만든 엔진을 완성품에 조립한다. 그리고 엔진 블록은 미국 테네시의 도요타 부품 공장에서 제조한다. 공급체인이 미국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완성된 자동차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북미에서는 자동차 산업과 무역이 이처럼 투명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관세 장벽에 막혀버리면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자동차 가격은 캐나다와 미국 모두에서 크게 오르게 된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C.D. 호우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5%의 자동차 관세가 시행되면 캐나다에서 6만명이 일자리를 잃어 온타리오 지역에서는 경기침체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의 2배에 달하는 12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산업과 직결된 일자리를 오히려 늘겠지만, 기계·전기·운송설비 제조업에서 일자리 대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국가안보 위협을 들어 캐나다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이에 에드 루이스 도요타자동차 대변인은 “미국산 부품으로 캐나다에서 조립된 자동차는 국가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요타 자동차 대리점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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