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국민들을 향해 “자기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고 폄하한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과연 당시 사법부 인식대로 국민들이 상고심 판단을 지나치게 요구했을까.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사법부의 인적‧물적 조직 현황과 각종 사건의 주요 통계자료 등을 수록한 ‘사법연감’ 2007~2017년 기록을 보면 대법원이 접수한 상고심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대법원은 2007년에 2만 6392건을 접수했고, 2008년 2만 8048건, 2009년 3만 2361건, 2010년 3만 6418건을 접수했다.
2012년에는 3만 5777건으로 전년도 대비 다소 줄었으나 2013년에는 3만 6156건, 2014년 3만 7652건을 접수했다. 2015년 4만 1850건으로 4만 건을 돌파한 뒤 2016년 4만 3694건, 지난해 4만 641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사건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75.8%나 상승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대법관 1명이 1년에 맡는 사건 수를 보면 3570건이다. 한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을 3천명으로 늘려도 모자랄 지경’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독일에서 일반 민‧형사 사건 최종심을 맡는 연방일반대법관은 128명이다. 행정‧재정‧노동‧사회 분야를 담당하는 연방전문법원 대법관급 판사까지 포함하면 320명에 달한다. 프랑스 대법관은 129명이다. 러시아는 170명에 이른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법원도 정책연구 등 여러 방편으로 검토 중이다.
대법관들의 업무가 과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양승태 사법부가 국민을 향해 ‘이기적 존재’라고 폄하한 진정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 사건 중 단순 사건만 별도로 처리하는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을 이유로 들었지만 법조계에서는 인사권 강화를 통한 법관 지배력 강화 의도로 해석한다.
한 중견 법관은 “상고법원을 도입하면 고위 법관 자리가 늘어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통제권이 강화된다”면서 “대법관 업무가 과중하기는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보는건 잘못된 시각”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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