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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社 ‘기술 수출·글로벌 임상’ 어떻게 진행되나

기사등록 : 2018-09-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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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해외 진출 비즈니스 모델,10년 이상 1조원 투입
1만개 후보물질 중 평균 한 개만이 의약품으로 성공
“마일스톤 최대 계약액은 당장 지급되는 돈 아냐”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 한미약품이 2015년 7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기술 이전’ 조건으로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 원)짜리 ‘마일스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베링거인겔하임은 ‘글로벌 임상’ 성공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1년 후 한미약품에 임상 중단을 통보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계약금과 기술료 등 718억여원 외의 나머지 돈은 받지 못했다.

최근 몇 년 국내 주식시장에 제약·바이오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전문 용어가 워낙 많다 보니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신약 개발에 대한 해외 비즈니스 기사에서 ‘기술 이전’과 ‘마일스톤’, ‘글로벌 임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해당 용어는 신약 개발 과정을 파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신약 개발, 임상 전부터 4상 과정 어떻게?

신약 개발은 보통 수십 년이 걸리며, 단계도 6~7개로 나뉜다. 가장 먼저 의학적 연구를 통해 의약품으로 활용이 가능한 물질을 발굴하는 단계가 ‘기초탐색과정’이다. 이후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 독성시험(동물·세포주 실험)이나 약리·물리·화학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임상시험’을 거친다.

이제부터 사람에게 투여하는 단계인 ‘임상 1~4상’이 시작된다. ‘임상 1상’은 건강한 지원자 20~80명에게 투여해 최대 사용 가능 용량 및 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해 파악한다. ‘임상 2상’은 임상 1상에서 정해진 용량을 토대로 환자에게 투여해 본격적으로 약의 효과를 평가한다.

환자에게 신약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임상 3상’으로 돌입한다. 임상 3상은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여러 병원에서 진행되며, 피시험자가 가장 많은 단계다. 바로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성공하면 시판이 가능하다. 마지막은 ‘임상 4상’이다. 시판 후 기존 임상시험에서 파악할 수 없었던 부작용을 관찰하는 단계다.

국내 판매를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이 모든 단계를 우리나라 제약회사 단독으로 마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캐나다 등 전 세계 판매가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국의 보건당국에서 요구하는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나라에선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 글로벌 임상 시 5000억~1조 원 비용 들어

여기서 ‘글로벌 임상’에 들어가게 된다. 지역별·국가별·인종별 등 방대한 임상시험에는 그동안 제약사가 투자해 온 연구개발(R&D) 비용의 5~6배, 5000억~1조 원까지 소요된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연매출 1위(유한양행)가 1조452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뤄내기 힘든 과정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제약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임상’까지 도전하기보단 ‘기술 이전’을 택하게 된다. 기술 이전은 영어로 ‘라이선스 아웃’, 줄여서 ‘L/O’라고 부른다. 라이선스(License)는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의미하며, 아웃(Out)은 외부로 나간다는 의미다.

여기서 룰이 있다. 국내 제약사가 “기초적인 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신약 후보물질을 판매하겠다. 대신 전 세계 상업화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달라”며 수출을 추진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돈을 한꺼번에 다 줄 수 없으니 우선 계약금만 지급한 뒤 임상 1~3상 성공할 때마다 돈을 주겠다. 제품화에 성공하면 일정 수준의 로열티도 지급하겠다”면서 ‘마일스톤’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다.

마일스톤은 한마디로 개발 종료 시점까지 글로벌 임상 단계별로 수년에 걸쳐 나누어 받게 되는 금액이다. 만약 “기술 이전 최대 5000억 원 계약”이란 공시가 나온다면, 이 중 개발 제약사가 온전히 받는 건 ‘계약금’이다. 상당량의 나머지 돈은 단계별로 받게 되기 때문에 수령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 당연히 공시한 최대 금액은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 이전을 통해 글로벌 임상에 성공하고, 마일스톤 모든 금액과 시판 로열티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리는 것이다. 다만 신약 개발은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보통 1만 개 물질 중 한 개 정도가 의약품으로 탄생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임상을 국내사가 직접 진행하는 경우 실패 시 해당 리스크를 회사 측이 감당할 수 있는지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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